영화

[스포없는리뷰] ‘조선명탐정3’ 김지원은 빛나지만

2018-02-10 10:32:52

[김영재 기자] 2월8일 ‘조선명탐정3’가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조선명탐정3’는? 물론, ‘스포’는 없다.

지난 2011년 설. 이준익 감독은 영화 ‘평양성’ 개봉을 앞두고 “이번작이 실패할 경우 은퇴하겠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산벌’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아니던가. 당연히 사극 명장의 은퇴 선언은 소소한 해프닝으로 그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그해 2월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연출 경력 18년 감독의 상업 영화 은퇴를 공식 알렸다. 이준익 감독은 약 2년 후에야 ‘소원’으로 충무로에 복귀한다.

사극 명장을 은퇴시킨 장본인은 또 다른 사극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었다. 코미디에 도전한 배우 김명민과 섹시함을 강조한 한지민은 대중에게 반전을 전했다. 그리고 예능 PD 출신 김석윤 감독의 연출은 두 배우의 열연을 한층 배가시켰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흥행은 3년 후에도 계속됐다. 2014년 개봉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경쟁작 ‘쎄시봉’을 제치며 또 한 번 설 극장가의 승자로 우뚝 섰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이하 조선명탐정3)’이 2월9일 개봉했다. 또 다시 설 극장가 승자로 자리매김할 채비를 마친 것. 1편이 성공했고, 2편도 성공했다. 그렇다면 3편은 어떨까. 3편도 성공할까.

눈에 보이지 않는 불에 사람이 타 죽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간 공납 비리와 불량 은괴를 해결한 김민(김명민)과 한서필(오달수)이 가만있을쏘냐. 두 사람은 강화로 향한다. 사건을 쫓는 둘의 곁을 맴도는 괴력의 여인 월영(김지원). 월영은 기억을 찾는 일을 도와주면 같이 괴마를 잡겠다고 김민에게 제안한다. 명석한 두뇌의 김민은 늘 그렇듯 결국 흑도포(이민기)의 정체는 물론, 연쇄 살인의 진상까지 밝혀낸다. 그리고 경악한다.

1편 도입부에서 정조는 부패의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 정5품 벼슬을 김민에게 내린다. 찾을 탐(探)과 바를 정(正)이 결합된 탐정(探正)이 그것. 이처럼 벼슬 이름마저 재치로 장식된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사극에 현대적 접근을 시도해왔다. “유시 넘었다고 곤장 치는 놈이 칼퇴근을 해버렸다”라는 한서필의 대사는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그간 어떤 식으로 기존 사극을 비틀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 예다.

18세기 조선의 현대적 채색은 ‘조선명탐정3’까지 이어진다. 또한, 반딧불이를 모은 손전등, 라이터를 떠올리게 하는 “지푸라기 불이라 지푸” 등의 발명품은 신작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시리즈 팬만 느낄 수 있는 잔재미도 가득하다. 김민의 절체절명을 강조한 절벽이 또 한 번 등장해 이번에는 김민 대신 다른 이를 위협한다. 1편의 김아영, 2편의 히사코처럼 3편 여주인공 역시 쪽 찐 머리로 김민과 관객에게 반전을 선사한다.

물론 ‘조선명탐정3’가 답습만 일삼는 안일한 속편인 것은 아니다. 먼저 제작진은 흡혈괴마, 즉 흡혈귀의 존재로 시리즈를 일신했다. 더불어 수동적 인물이자 홍일점으로만 소모되던 시리즈 여주인공을 김민, 한서필과 한 무리로 엮었다. 그간 현실 문제에만 추리력을 발휘했던 명탐정. 이번에 그는 흡혈귀의 존재를 규명해야 하며, 월영의 기억까지 찾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현대풍(風) 지향의 ‘조선명탐정’ 시리즈일지라도 판타지 가미는 과욕으로 다가온다. 특히 논리로는 설명될 수 없는 흡혈귀의 허공 답보와 괴력 등은 김민의 명민함을 무색케 하는 1순위 장애물이다. 1편에선 손자병법을, 2편에서는 비거(飛車)를 이용해 난관을 부순 김민이었다. 하지만 ‘조선명탐정3’에서 김민은 괴력을 마주한다. 그리고 불가항력의 앞에서 전작의 능동 대신 공허한 언행만 앞세운다. 무기력함이 돋보인다.

특히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인간을 향한 사랑을 강조해왔다. 1편의 배경은 “요즘 이 나라에서 천주쟁이 한 둘 죽여 없애는 게 무슨 죄나 되겠냐”로 요약되는 천주교도 박해였다. 짐승이 인간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18세기 조선. 김민은 남과 다른 깨어 있는 자였다. 또한, 김민은 2편에서 “꽃이 아니어도 사람은 그냥 그대로 귀한 것”이라며 1편의 사상을 재차 관객에게 알렸다. 그런 김민이 3편에서는 억울한 이에게 일갈을 일삼는다. 왜 불가항력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알지만, 그럼에도 호통을 친다. 실소가 절로 나온다.

언론시사회에서 김명민은 “김지원의, 김지원에 의한, 김지원을 위한 영화”라는 말로 까마득한 후배에게 칭찬을 건넸다. 그간 브라운관 위주로 연기 활동을 펼쳐온 김지원은 ‘조선명탐정3’를 통해 은막 여왕이 될 자질을 입증했다. 월영의 과도한 비중은 ‘조선명탐정3’의 독이다. 그러나 이는 각본의 문제다. 배우의 문제가 아니다. 김지원은 앞에서는 웃지만, 뒤에서는 슬픔을 마침표로 찍는 배우다. 월영의 과거사는 그의 마침표로 완성된다.

김명민의 연기는 똑같다. 언제나 똑같이 훌륭하다. 하지만 빛나는 연기도 여주인공에게 집중된 이야기와, 판타지라는 이름의 과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김민과 한서필의 아옹다옹을 보는 재미가 우선인 시리즈다. 관객이 기대하는 바도 그것이고, 과거 설 극장가를 제패한 이유 역시 그것이다. 제작진은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흥행 요인을 무엇이라고 여겼을까. 배우의 연기는 빛난다. 그러나 무리한 소재 선정과 역할 분배의 실패는 재미가 우선인 영화에 지루함을 안긴다. 지루함 뒤에는 감동이 올지도 모른다. 김지원의 역할이 크다. 잘해냈다. 다만 서사에 재미가 희생된 모양새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2월8일 개봉. 12세 관람가.(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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