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머니백’ 김무열, 절박함을 닮다

2018-04-17 17:22:03

[김영재 기자] 4월12일 개봉작 ‘머니백’ 민재 役

총 7명의 배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정장을 빼입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저수지의 개들’이 떠오르는 영화 ‘머니백(감독 허준형)’의 포스터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였다. 작품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지 고민에 휩싸인 그 순간, 시사회 후 이뤄진 공동 인터뷰에서 배우 김무열은 “가난의 늪에 한 번 빠지면 사람이 헤어 나올 수 없다”라며 덤덤히 자신의 개인사를 고백했다. ‘머니백’은 그 시절 유행한 쿠엔틴 타란티노 혹은 가이 리치를 추종하는 이의 장르 영화다. 이 가운데 김무열은 유통 기한 지난 삼각 김밥을 우걱우걱 씹어대며 9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2018년 대한민국의 자화상 민재를 연기했다. 민재는 부모님 수술비 천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세상을 항해 총을 빼든다.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황에 놓였던 배우의 전사는 관객이 역할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의도치 않은 장점을 불러일으킨다. “민재의 삶이랑 좀 닿아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공감했다”라는 김무열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블랙 코미디에 도전한 소감이 궁금하다.

내 연기에 대한 만족도라면 만족도는 상당히 낮다. 자신을 평가할 때 좀 혹독한 편이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반성도 했다.

-코미디에 방점을 찍고 출연을 결정했나?

책이 재밌어서 출연했다. 그리고 작품의 주제가 있기 때문에 배우가 웃기지 않더라도 블랙 코미디로 가볍게 넘어가는 것을 기대했다. (박)희순이 형한테도 출연 제의가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형이랑 작전을 짰다. ‘무게를 잡고 가자.’ 감정 선을 최대한 살려서 정극 연기를 하려고 했다. 웃기는 코미디가 아닌 안 웃겨도 되는 코미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극장 들어가니까 사람 마음이 달라지더라. ‘안 웃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생기더라.

-‘짠내’가 풀풀 나는 민재다. 어떻게 접근했나?

맨 처음에는 답답했다. 200만 원이 모자란 상황에도 오락을 하러 가는 모습과, 돈을 더 얻어내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 눈에 밟혔다. 회사에 출근한다고 매일 거짓말을 하는 민재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면서 공감을 넓혔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부분은 공감이 많이 됐다. 자식이 아픈 부모님을 위해서 뭐든지 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무열은 2002년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아버지 사업체 부도로 떠안은 빚과 병원비 등을 책임져왔다. 이후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제2국민역 처분을 받은 그는 병역 기피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2012년 의정부 306보충대에 입소했다. ‘좌측 슬관절 내측 연골판 파열’로 인한 의가사 제대 판정을 받았지만, 만기 복무 후 2014년 7월8일 제대했다.

-수납금 천만 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민재처럼 인간 김무열에게도 절박한 순간이 있지 않았나. 스무 살 때부터 실질적 가장으로 일해 왔다고 들었다.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아프셨다. 그때가 가장 절박하고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연기자의 꿈을 버리진 못했다. 돈이 안 되는 직업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수입이 센 것 위주로 단기 알바를 이것저것 다 했다. 아픈 아버지와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 꿈 가운데에서 혼자 절박했다.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었다.

-고생의 포인트를 바꿔보자.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동작대교 점프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할 때는 안 힘들었는데, 찍은 것을 보니까 나인지 잘 모르시더라. 그래서 그것이 힘들다. (웃음) 입버릇처럼 인터뷰 때마다 말씀드리고 있다. 분명히 나라고. 고소 공포증은 없다. 전작 ‘아름다운 나의신부’ 할 때 뛰어내리는 장면 와이어를 도와주신 팀과 이번에도 호흡을 맞췄다.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기억의 밤’ 유석은 1997년 IMF가 낳은 비극이고, ‘머니백’ 민재는 모두가 9급 공무원 정규직에 매달리는 현재의 또 다른 비극이다.

일부러 선택하진 않았다. 시간이 맞았고, 그때 ‘머니백’을 만났고, 책을 재밌게 읽었고, 불순한 의도는 없었고, 그렇다. 다양한 이야기로 관객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직접적인 이야기도 좋고, 상징적인 이야기도 좋을 것 같다.

-박희순은 “한국에서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라며, 총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주머니와 민재의 격투 신을 언급했다. 김무열이 생각하는 돈은 무엇인가?

나도 어쩔 수 없이 노예다. 사회적 약속이자 종이 쪼가리일 뿐인데, 그것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우리 영화에서도 아픈 엄마를 죽도록 내버려두는 이유가 돈이다. 한마디로는 표현이 어렵다. 돈은 나에게도 참 중요한. (웃음) 물론 문제 의식은 항상 가지고 있다. 기시감이 들더라도 상기의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차기작은 김지운 감독의 ‘인랑’이다.

8개월간의 촬영을 끝내고 여름 개봉한다. 사실 나도 아직 편집본을 못 봤다. 어떻게 이렇다, 저렇다 말씀은 드릴 수 없다. 기대는 하고 있다. (웃음)

영화 ‘머니백’은 하나의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일곱 명이 뺏고, 달리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 4월12일부터 상영 중이다. 15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100만 명. 순제작비 18억 원.(사진제공: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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