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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산’, 그냥 박정민이란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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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7월4일 개봉작 ‘변산’ 학수 役

7월이다. ‘시간 빠르다’란 탄식을 내뱉게 하는 2018년 하반기의 시작이다. 장마, 무더위, 찢어진 달력 따위가 시간의 흐름을 가늠케 한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간의 무더기 속에 전엔 못 본 것이 눈에 띈다. 끄덩이를 잡고 건져 올려보니 ‘염력’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하나 더 있다. 꺼내보니 이번엔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고 써져 있다. 둘 모두 주인이 누군가 하니 ‘박정민’이란다.

딩동. 마침 초인종이 울린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아무도 없다. 발신자 주소엔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까지 적혀 있다. 발신자 이름엔 아까 본 그 이름이 붙어 있다. ‘박정민’. 2018년 무려 세 편의 영화를 안긴 그 이름 ‘박정민’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평하며 “‘동주’ 이후 영화 ‘변산’ (‘염력’) ‘사바하’ ‘사냥의 시간’ 등 차기작을 줄줄이 나열 중인 박정민”이라고 그를 불렀던 바 있다. 1월의 일이다. 그런 그가 세 번째 신작 ‘변산(감독 이준익)’을 가지고 극장에 찾아온 것을 보면 시간은 공평하나 역량은 다르다는 말이 퍼뜩 생각난다. 그래서 배우 박정민이 궁금해졌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몇 가지 습관’ 식의 비결도, ‘원 톱’으로 도약한 배우의 심경도 모두 묻고, 듣고, 적고 싶었다.

‘변산’서 그가 연기한 학수는 10년째 고향을 등진 방구석 래퍼다. ‘쇼미더머니’에 6년째 도전하는 그에게 동료 래퍼는 개근상이나 받아가라며 소위 ‘디스’를 해댄다. 이에 참가자를 먹잇감에 비유하는 학수의 혀에는 타향 서울이 묻힌 독(毒)이 잔뜩 서려 있다.

오디션에 번번이 낙방하는 학수를 보면 ‘언희(言喜)’란 필명으로 배우가 발표한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이 생각난다. 책에서 ‘언희’는 “어차피 메이저(Major)는 소수다. 우리 대부분은 다수고, 마이너(Minor)”라며, “1군과 2군의 교집합이 넓을 때 그 팀은 강팀이 되는 거다”라고 했다. 2016년 5월의 글이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 일명 ‘독립 영화계의 송강호’는 이제 송강호와 대사를 주고받아도 어색함 없는 주류가 됐다.

박정민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답했다. “그냥 아직도 불안해요. 그 기간을 또 겪고 싶지 않아서 방심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고요.”

그는 현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시나리오 제의는 늘었고, 인지도는 높아졌으며, 역할은 커졌다고 했다. 배우는 지금이 배우 박정민을 학대한 끝에 얻은 결과물이라면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아주 덤덤히 속내를 밝혔다.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인데, 덩치가 있어 보여요.

“요새 운동하고 있어요. ‘타짜3(가제)’ 때문에요.”

-‘변산’ 만족도가 궁금합니다.

“만족도라는 게 없어요.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한 편의 영화로 보기가 힘들더라고요. 제 연기 보는 데 급급했어요. 두 시간 동안 괴로웠죠.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저렇게 해볼 걸’ ‘저렇게 하면 안 됐는데’ 하는 것들이 더러 찾아오니까 긴장하면서 보게 되죠. 특히 이 영화는 제가 계속 나오잖아요.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박정민의 ‘원 톱’ 영화입니다. 부담감은 없습니까?

“있죠. 너무 심하죠. ‘원 톱’ 역할은 이번에 처음 해보거든요.”

-부담감에도 불구, ‘변산’을 선택했습니다.

“처음엔 ‘원 톱’ 생각을 전혀 안 했어요. 그냥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이 시나리오를 이준익 감독님이랑 하면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아 이거 ‘원 톱’인데 어떡하지?’ ‘랩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아예 없었어요. 바보였죠.”

영화 ‘파수꾼’부터 시작해 ‘전설의 주먹’ ‘피끓는 청춘’ ‘들개’ 등에 얼굴을 비춘 박정민은 이준익 감독과의 첫 호흡 ‘동주’로 일약 ‘충무로 블루칩’에 등극한다.

이후 배우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에선 지젤에게 “예술의 본질”을 운운하는 갤러리 대표 재범을 연기했고, ‘그것만이 내 세상’에선 “세상의 소리를 전부 피아노 88개 건반으로 이해하는”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를 그려냈다.
 
산문집에서 그는 ‘영화 같은 인생’이란 제목 아래 파란만장한 영화 같은 인생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그 역할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분석한다고 했다. 배우의 노력은 관객이 영화 같은 인생을 한 번쯤 살아보고 싶게 만들어 버린다고 했다.

‘변산’의 학수는 박정민이 분석한 또 하나의 인물이자, 실제 그와 가장 많이 닮은 이다. “힘을 빼고 편하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이 뭔가 좀 만들어내야 했다면, 어쨌든 연기적으로 유심히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역할은 저랑 많이 닮아 있는 모습의 친구였어요. 공감되는 감정의 역할이라서 조금은 힘을 풀고 연기했습니다.”

고향 친구들과 변산서 어울리는 학수의 모습엔 나는 그를 거부함에도 그는 여전히 나를 기다리는 항구적 존재가 곧 고향이란 것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영화 같은 삶은 사랑이 완성되는 단체 군무 신과 함께 아스라이 스러진다.


-학수는 래퍼예요. 박정민도 랩을 좋아하나요?

“중학교 때부터 테이프 사서 듣고 그랬어요. 많이 좋아했죠. ‘누구 앨범이 나왔다더라’ 하면 들어보고, ‘새로운 사람이 나왔다더라’ 하면 또 들어보고. 요즘은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으니까 요즘에도 많이 찾아 듣고 있어요.”

-요즘엔 어떤 래퍼가 귀에 꽂히나요?

“요즘 가장 좋아하는 래퍼는 넉살이죠.”

-Mnet ‘쇼미더머니’ 때문인가요?

“전 그 전부터 좋아했어요. 그 전에 ‘작은 것들의 신’ 할 때도 좋아했고, 넉살이란 래퍼가 처음 나왔을 때 꽤 흥미 있게 들었어요.”

영화를 위해 약 1년 가까이 랩을 갈고닦은 박정민은 그의 혀를 두텁게 감싸고 있는 학수의 랩 본능에 관해 “취미”라고 딱 선을 그었다. 습작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는 것조차 싫단다. 그가 랩 음원을 발표할 경우 그것이 무명 래퍼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을 걱정한 것.

사실 그는 ‘그것만이 내 세상’ 언론시사회서도 걱정 하나를 취재진에게 안겼다. 그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한 특수 학교서 약 4개월간 봉사 활동을 한 박정민은, “내 마음이 오해를 부를 수 있어서 얘기 안 하려고 했다”라고 좋은 뜻의 변질을 경계했던 바 있다.

요약하자면 박정민은 남에게 상처 주는 것에 극도로 예민한 이다. 학수의 랩 역시 그렇다. 독이 묻은 새파란 혀는 그가 고향에 물들어갈수록 변산의 노을마냥 점점 붉게 변한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를 불러도 되는 혀가 된다.


-특징이 또렷한 학수입니다. 나만의 학수를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너무 비극적인 캐릭터로 그리고 싶진 않았어요. ‘어휴 구질구질해’ 하시는 건 원치 않았죠. 우스꽝스러운 면도 있고, 자기 감정에만 빠져 있지 않길 바랐어요. 우울하더라도 함께 있을 땐 웃고 떠들 수 있으니까요. ‘으!’ 인상만 쓰고 있는 애가 아니길 바랐어요.”

-장항선 배우의 출연이 반가웠습니다. ‘변산’에선 장항선 배우와, ‘염력’에선 류승룡 배우와, ‘그것만이 내 세상’에선 이병헌 배우와 호흡을 맞췄어요.

“최근 들어 그렇게 됐어요. 원랜 항상 또래들이랑 영화를 촬영했는데, 상업 영화를 하면서 갑자기 바뀌었어요. (이)병헌 선배님, 류승룡 선배님, 장항선 선배님, 드라마에선 조진웅 선배님, 사실 선배님들이랑 하면 너무 좋아요.”

-연기를 배울 점이 많아서 좋은 건가요?

“여러 가지로 배울 게 많아요. 연기적인 부분도 당연히 보고 배울 게 많죠. 그걸 제외한 다른 모습도 보면서 배우는 부분이 참 많아요.”

-달리기도 앞에 빨리 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네, 네, 네, 네, 맞아요”

-달리기처럼 연기도 잘하는 사람이 앞에 있으면 시너지가 생기나요?

“맞아요. 그런 거 있어요. 저보다 훨씬 잘하시는 선배님이랑 같이 하면 어쨌든 저도 텐션이 올라와요. 선배님들 연기를 보면 늘 연기가 달라요. 테이크마다 아이디어를 갖고 계세요. 그때마다 그에 맞게 리액션을 해드려야 하니까, 저도 같이 잘하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관객 분들도 기분이 좋으실 거예요. ‘이병헌 짱이다’와 ‘이병헌과 박정민 케미 최고다. 짱이다’는 얘기가 다르잖아요. ‘케미가 좋다’란 말 들으면 기분 진짜 좋아요.”


이준익 감독은 박정민에 관해 “몰입하는 순간, 현장의 공기를 장악하는 엄청난 배우”라고 했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에서 함께 공연한 배우 류현경은 “촬영하면서 굉장히 집중력 있게 상황을 끌고 가는 힘이 있는 걸 보면서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다”라고 했다. 재밌는 사실은 그가 배우가 아닌 순간엔 집중 받는 걸 극히 혐오하고 사람 많은 공간에선 숨조차 제대로 못 쉬는 인간이란 것. 책에서 그는 찌질이의 모습이 싫어서 연기를 한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과 류현경 배우는 당신의 무얼 봤을까요?

“글쎄요..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애써 표현하자면 전 그렇게 감성적인 인간이 아니에요. 감성적인 인간이 아니라서 어떤 감정 연기를 한다거나 할 때 그 인물의 전사라든지 장면 장면을 붙여놔야 감정이 나올 수 있는 배우예요. 순간적으로 팍! 해서 팍! 나오는 배우는 아니에요. 그래서 감정 신 찍을 땐 그 감정이 달아날까 두려워 물고 있으려고 많이 노력을 하죠. 어쨌든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그냥 에헤헤 있다가 딱 해도 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감정을 놓칠까봐 두려워서 계속 물고 있죠. 감정 신 찍을 때 약간 예민해져요.”

-그 순간에 누가 오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곤 하나요?

“그렇진 않죠. (웃음) 제가 그 정도로 깡이 세진 않아요.”

-연기 잘한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습니다. 그 관념이 배우의 스펙트럼을 제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식이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옭아매는 거죠.

“아직은 아니에요. 다행히요. 도전을 많이 하지만, 제 성격이 도전적인 건 아니에요. 장면 속 주역이 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란 인식이 있는지 없는진 직접 들은 게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전 연기를 잘하고 싶어 하는 한 명의 배우고, 그 연기를 잘한다는 게 꼭 연기적인 부분을 보여줘야만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대 배우랑 시너지가 나는 배우가 오히려 더 좋은 배우일 수 있다는 거죠.”

-‘케미가 좋다’군요.

“네, 맞아요. 어쨌든 막 누군가를 이기려고, 저의 뭔가를 보여주려고 연기하진 않아요. 아직까진 다행히요. 앞으로도 그러려고 노력할 거예요.”

또 산문집이다. 책에서 박정민은 “그렇게 오기로 아직은 발을 담그고 있다”, “우리 모두 정상에서 만납시다”, “결국은 당장 옆 사람에게도 나를 쉽사리 소개할 수 없는 4(친구)였다” 등으로 아직 주류로 도약하기 전의 그가 겪어낸 마이너성(性)을 알렸다.

그리고 사자성어 ‘도광양회’를 사용했다. ‘도광양회’는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사자성어”다. 서른 즈음의 그는 책에서 말한 것처럼 그 자신을 믿고 참고 기다린 결과 때를 만났다. “목이 마를 때 물을 생각하듯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그 때를 기다려. 충실히, 성실히, 절실히. 길게.” 배우 박원상이 스물 박정민에게 했던 말이다.

-‘원 톱’의 마음가짐을 듣고 싶어요.
 
“관성이라는 게 무서워요. 그때랑 별반 다를 게 없어요. 물론 밖에서 봤을 땐 ‘오 박정민 많이 컸다’ 할 수 있겠죠. 근데 전 ‘드디어 이렇게 하는구나’란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할 뿐인 건가요?

“그건 너무 착한 이야기고요. (웃음) ‘아 드디어 주연도 하고 ‘원 톱’도 하는구나!’ 이런 마음이 전혀 없어요. 아까 말했듯 그건 주변 사람들이 느끼겠죠. 그냥 전 박정민이란 한 사람이에요. 제 안에 인식이 바뀌거나 하진 않았어요.”

-영화가 전공이 되고 연기가 직업이 된 후 영화를 즐기기보단 판단하고 평가하면서 보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습니다. 연기는 어떤가요? 연기도 일이잖아요.

“근데 지금은 재밌어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남 눈치 많이 보고, 쫄아 있고, 긴장하고, 자꾸 내 자신을 너무 과하게 검열하고, 재미없는 순간이 있었어요.”


슬럼프 끝에서 박정민이 만난 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에게 연기의 재미를 찾아준 사람으로 박정민은 이준익 감독, ‘변산’서 함께 공연한 배우 김고은, 차기작 ‘사바하’ 장재현 감독 등을 언급했다. “‘사냥의 시간(가제)’에서 ‘파수꾼’ 멤버들(배우 이제훈, 윤성현 감독) 다시 만나고, 이번엔 ‘타짜’ 권오광 감독님 류승범 선배님 만나면서, ‘이것도 너무 재밌겠다’ 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지금은 아주 재미있는 상태죠.”

사실 박정민이 ‘연기 잘하는 배우’로 국한되는 건 배역 탓이 크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아슬아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것이 대중 배우의 덕목이라면, 박정민은 드디어 그 줄타기를 시작한다.

허영만 화백 원작을 은막으로 옮긴 영화 ‘타짜’ 시리즈의 새 주인공으로 나서는 것. 그는 ‘돌연변이’ 권오광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타짜3’에서 주인공 도일출을 연기한다. 게다가 ‘타짜3’에는 그간 쉽게 볼 수 없던 류승범까지 가세해 오락성 짙은 타짜들의 한판을 기대케 한다. 박정민은 보다 상업적 배우가 되기 위한 선택이었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짧게 답했다.

-류승범 배우와 권오광 감독을 향한 믿음이 이유였나요?

“류승범 선배님에 대해 제가 가진 어떤 동경은 분명 선택의 한 요소였어요. 권오광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받은 좋은 느낌도 선택의 이유였고요.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 많은 배우 분들의 호감? 믿음? 그리고 감독님이 저한테 보내주신 장문의 메일? 이런 것들이 이유였죠.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재밌었어요. 사실 출연을 만류하는 분들께서 여럿 계셨어요.”

-왜죠?

“시리즈물이니까요. 걸출한 두 작품(‘타짜’ ‘타짜-신의 손’)이 있잖아요. 굳이 위험하게 다 짊어질 필요가 있냐는 이유에서 만류하셨던 거죠. 그럼에도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저를 향한 감독님의 신뢰가 느껴졌고, 류승범 선배님을 향한 동경이 있으니까 출연하게 됐어요. 그리고 재밌을 거 같았어요. 지금껏 열거한 모든 것이 모여서 영화가 만들어지면요.”

유월의 장맛비는 어찌 그리 세차던지. 그날의 시간을 담은 녹음에는 배우의 음성이 반, 그날 삼청동에 세차게 내린 빗소리가 반이었다. 그럼에도 비는 이 ‘쓸 만한 인간’과 약 58분여 동안 나눈 이야기의 고갱이만은 빗물로 씻어내지 못했다.

제작보고회서 이준익 감독은 작가 버나드 쇼의 명언 하나를 전했다. ‘젊은이에게 젊음을 준다는 것처럼 아까운 게 없다(Youth is Wasted on the Young)’.

하지만 2018년 개봉작만 무려 다섯 편에 달할 박정민에게 젊음은 뺏고 싶은 힘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눠주고 싶은 추력이다. 그리고 그 추력은 이제 눈치 보거나 조는(쪼는) 대신 연기에 재미를 느낀 박정민의 가치관을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다.

‘박정민 최고’보단 ‘케미가 좋다’를 선호하는 배우, 찌질함의 해방구로 연기를 찾은 배우, ‘원 톱’ 아니고 그냥 박정민이란 한 사람이라고 하는 배우 등 박정민은 그런 배우다.

‘변산’에 깊은 이해를 보이는 그에게 감탄을 표하니 박정민은 “연기를 해내려면 나를 설득해야 된다. 역할이 왜 이러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가 왜 배우여야만 하는진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왜 배우를 하고 있는진 알겠다. 그는 답을 찾고 있다. 지금은 그가 왜 배우를 하는지를 스스로 이해시키는 과정이다.

아마 그는 어느 여름 강원도서 만난 아저씨(박원상)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박정민을 배우로 만든 것 같은 그 마법의 순간이 또 한 번 다가와주길 희망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가 관객으로서 해답을 알게 될 즈음 한번 묻고 싶다, 쓸(用) 만한 배우가 된 소회를.

영화 ‘변산’은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짝사랑 선미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빡센’ 청춘 학수(박정민)의 인생 최대 위기를 그린 유쾌한 드라마. 7월4일부터 상영 중이다. 15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200만 명.(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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