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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리뷰] ‘겨울왕국2’, 독과점이 아니라 소포모어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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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속편 ‘겨울왕국2’…히트곡 ‘렛잇고’만 한 노래 없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가려진 1편보다 못한 완성도


[김영재 기자] 아무도 흥행 여부는 모른다. 그것이 영화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간혹 그 정설이 빗나갈 때가 있다. 바로 흥행작의 속편이 개봉하는 경우다.

누적 관객수 1029만 6101명을 기록한 영화 ‘겨울왕국’의 속편 ‘겨울왕국2(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가 전국 2343개 스크린에서 21일 개봉했다. 굳이 스크린 개수를 언급한 이유는 개봉 당일 63%에 달하는 상영 점유율―일요일에는 73.9%까지 치솟았다.―을 기록한 이 작품이 과연 그 수치에 걸맞은 영화인가를 논하고 싶어서다.

동생 안나(크리스틴 벨)의 희생으로 비로소 마법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된 엘사(이디나 멘젤). 그로부터 3년 후. 요즘 엘사는 그에게만 들리는 의문의 목소리에 마음이 어지럽다. 게다가 그 목소리는 아렌델 왕국의 평화를 위협하기까지 한다. 이에 엘사는 패비(시아란 힌즈)의 조언에 따라 안나 등을 데리고 숨겨진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잠시 1편을 떠올려 보자. 다음은 ‘겨울왕국’ 주제곡 ‘렛잇고(Let It Go)’의 일부다. “내색해선 안 돼 드러내선 안 돼 / 넌 늘 착한 아이로 보여야 해 / 네 감정을 숨겨 들켜선 절대 안 돼 / 그런데 이젠 모두 알아버렸네 / 다 잊어! 다 잊어! / 더는 숨길 수 없어 / 다 잊어! 다 잊어! / 돌아서서 문을 닫아버려 / 이젠 상관없어 / 그들이 뭐라고 얘기하든! / 눈보라여, 휘몰아쳐라 / 추위 따윈 겁낸 적 없으니까”. 사실 ‘겨울왕국’은 그 제목을 ‘렛잇고’로 바꿔도 될 만큼 노래 ‘렛잇고’가 지대한 파급력을 끼친 작품이었다.

힘을 타고 났지만 그 힘 탓에 교류가 차단된 엘사. 그는 타고난 힘을 느껴서도 안 되고 남에게 들켜서도 안 되는 존재였다. 동생을 다치게 했듯 남에게 피해를 줄까 봐 그 스스로를 유폐시킨 것이다. 하지만 대관식 소동 후, 그는 그 힘을 세상이 알아 버렸다며 “다 잊어(Let it go)”를 외친다. “어차피 추위는 날 괴롭게 한 적 없으니까(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라는 말에는 그 힘이 타인의 시선에나 장애물로 비춰질 뿐 정작 엘사에게는 장애가 아니었다는 일갈이 녹아 있다. 엘사의 힘은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개성을 은유적으로 나타냈고, 성인도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어 그 엘사를 둘러싼 문제는 안나가 몸으로 칼을 막아선 순간, 영화 ‘미녀와 야수(1991)’ 등에서 줄곧 등장한 사랑은 무엇이냐로 변모한다. 진정한 사랑은 대상(왕자)이 아니라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것에 달렸다는 답으로 귀결되는 것.

극중 트롤족의 노래대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나거나 두려울 때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이고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그를 아끼는 사랑, 즉 진정한 사랑은 이타적 사랑임을 알리며 첫 ‘겨울왕국’은 막을 내린다. 두 주제를 아주 잘 엮었다.


이번 속편은 어떨까. 일부에서는 “전작만한 속편 있다”는 평을 내놓았으나, 사실 ‘겨울왕국2’는 전작의 3요소(OST·메시지·캐릭터) 중 오직 캐릭터만이 살아남은 작품이다.

‘렛잇고’만큼 귀에 꽂히는 노래가 없다는 것은 본작의 첫 번째 곤란이다. 지금의 행복을 잃고 싶지 않은 엘사가 결국 숨겨진 세상으로 가겠다고 결심하는 내용의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 엘사가 그가 가진 힘이 어디서 왔는지를 깨닫는 순간 부르는 노래 ‘쇼 유어셀프(Show Yourself)’, 긍정주의자 안나가 절망의 순간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이르는 ‘더 넥스트 라이트 씽(The Next Right Thing)’까지 저마다 메시지는 강렬하다.

하지만 그것이 서로 어우러지는 법이 없다. 전편이 ‘러브 이즈 언 오픈 도어(Love Is an Open Door)’ ‘렛잇고(Let It Go)’ ‘포 더 퍼스트 타임 인 포레버(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픽서 어퍼(Fixer Upper)’로 개인의 고뇌와 사랑을 긴밀히 직조한 것과 대조된다. 유행곡이 되기에는 따라 부르기가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는 연출진의 의도한 바다. 1편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은 크리스 벅 감독은 “‘겨울왕국’은 캐릭터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라며, “반면 ‘겨울왕국2’에서는 세상으로 나가 자신의 위치를 찾고 옳은 선택을 해야 하는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점이 ‘나’에서 ‘사회’로 옮겨간 것이다. ‘겨울왕국2’가 개봉하기까지 5년이 흘렀고, ‘렛잇고’를 따라 부르던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생이 됐다.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 음악 감독은 “엘사와 안나와 마찬가지로 성장한 우리 딸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새로운 부모의 단계를 맞이했고 그런 변화가 이번 작업에 반영되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전편보다 성숙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다’라는 반작용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7살 눈높이에 맞는 작품이 아니라 아쉽다’가 아니다. 전편이 ‘세상을 등진 여왕과 그를 끝까지 믿어준 동생’이라는 단순명료함으로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를 아울렀다면, 이번 작은 ‘엘사는 어떻게 마법의 힘을 갖게 됐나?’부터 아렌델 왕국의 비밀까지 갖은 소재를 다루는 바람에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지고 또 어두워졌다. 관객이 그 매력을 느끼는 데 필요한 허들이 전보다 높아졌다는 소리다.

또한, 크리스토프가 ‘로스트 인 더 우즈(Lost in the Woods)’를 부르는 신도 주목이 필요하다. 80년대 글램 록 느낌의 이 노래는 밴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떠오르는 연출로 중장년층 관객의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크리스토프가 노래를 부르면 그때가 화장실에 가야 할 때’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극 진행과 유리된 신이기도 하다. 과연 제작진은 타깃층을 어디로 설정했는지 묻고 싶은 대목. 이것은 출사표다. 팝 컬처 오마주에 동참할 수 있는 성인까지 아우르겠다는 출사표 말이다.

전편이 삽시간 겨울이 된 여름을 다뤘다면, ‘겨울왕국2’의 배경은 알록달록한 단풍이 돋보이는 가을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여러 북유럽 국가를 답사했다는 후문. 캐릭터가 배경에 묻히지 않도록 배색에도 특별히 신경 썼다. 현대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의 동작을 활용한 엘사의 움직임은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어색한 구석이 하나 없다. 엘사가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극 후반은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해 그 호쾌함에 눈이 즐겁다.

개봉 4일 차에 벌써 누적 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한 ‘겨울왕국2’. 사실, 이쯤 되면 이 작품이 얼마나 높은 상영 점유율을 기록했는가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닷새간 평균 좌석 판매율은 37.9%(21일 26.9%, 22일 27.3%, 23일 61.3%, 24일 57.5%, 25일 16.5%)에 달하고, 이는 현재 2위를 기록 중인 영화 ‘블랙머니(13일 개봉)’ 대비 7.8% 높은 수치다. 결국 시장 논리다. 극장으로서는 표가 잘 팔릴 영화를 더 많이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승자 독식을 논하기에 앞서 영화는 예술에 속한 매체다. ‘한국 영화가 독과점 할 때는 가만있더니 왜 직배 영화가 다(多)스크린 개봉할 때만 아우성이냐’ 따위의 편가르기는 다양성 증진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지적일 뿐이다.

이와 관련 22일 열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반독과점영대위 고문이자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은 ‘겨울왕국2’에 관해 “좋은 영화”라면서, “단기간에 많은 관객을 확보하려는 것보다 오래 상영하면서 다른 영화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마 ‘겨울왕국2’는 “1편과 2편이 합쳐져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크리스 벅 감독의 말대로 또 ‘천만 영화’를 달성할 터. 그러나 관객이 관람을 원하는 영화라고 해서 그 영화를 위해 다른 영화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천만 영화’의 제1 요소가 ‘재미’라면 ‘겨울왕국2’에는 그 재미가 덜하다. ‘스크린 독과점에도 불구하고’에 이어 더 적어 넣을 것이라고는 전편과 다른 옷을 입고 다른 화장을 한 엘사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속편이 나온다면, 그 속편마저 이렇다면, 세 번째 ‘겨울왕국’은 고작 엘사 드레스 한 벌 더 팔려는 2시간짜리 쇼핑 카탈로그에 불과할 테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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