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bnt's pick] 캐시코마, 군(軍)의 마음을 훔치고픈 여성 힙스텝 듀오

2017-07-19 18:15:05

[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김민아]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척척 맞는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하이리), “백 점 만점에 백 점.”(에이민) 멤버 간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하이리와 에이민은 정석의 대답을 기자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마치 풍선을 바늘로 찌른 듯한 큰 소리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가수도, 기자도, 관계자도 인터뷰에 수반되는 각자의 긴장감을 가시게 만드는 단물 같은 순간이었다.

마치 아이 같은 웃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한 하이리와 에이민 두 사람은 ‘여성 힙스텝 듀오’ 캐시코마(CASHCOMA)의 멤버들이다. 2017년 7월3일 그룹의 이름과 동명의 데뷔곡인 ‘캐시코마’를 발표했다. 이번 인터뷰가 생애 첫 인터뷰라고 말하는 그들을 마주하고 있으니 새삼 처음의 소중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모두에게 처음은 소중하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캐시코마를 탐구하고 싶었지만, 멤버들의 웃음에 무장 해제된 기자는 이내 응원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하나씩 건넸다. 일국의 대통령도 처음에는 허니문 기간을 갖는다. 하물며 신인 듀오 아닌가. bnt뉴스가 데뷔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생(生)신인 캐시코마를 만났다.

먼저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사진을 찍고 난 이후에야 ‘데뷔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다”라는 에이민에게 캐시코마가 무슨 뜻인지 물었다. “대표님에게 뜻이 뭔지 여쭤봤다. ‘센 이름을 찾다보니 캐시코마가 떠올랐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영어로 캐시(Cash)는 돈이고, 코마(Coma)는 혼수 상태를 뜻한다. 즉, 돈의 혼수 상태다. (웃음) 도끼 선배님처럼 힙합과 부유함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런 힙합의 느낌을 내기 위한 이름이 캐시코마가 아닐까. 우리끼리는 그렇게 해석 중이다.”


걸그룹 파도 속에서 멤버가 둘뿐인 여성 듀오의 데뷔는 생소하고 또 반갑다. 가요계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기록한 여성 듀오는 강민경과 이해리의 조화가 인상적인 다비치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 또 마지막이니까. 마침 다비치는 멤버들끼리 우애가 좋기로 소문난 그룹이다. 이에 서로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지 묻자 하이리는 “에이민 언니가 잘 챙겨줘서 처음부터 의지를 많이 했다. 힘이 되어 주는 정신적 지주다”라며 활짝 웃었다.

신곡 ‘캐시코마’는 어떤 곡일까. 음원 사이트의 몇 줄 앨범 소개 아닌 가수가 육성으로 소개하는 진실된 설명이 듣고 싶었다. “여성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곡이다.”(에이민), “여성 둘이 랩을 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을 수도 있다. 하지만 랩에 EDM이 더해졌고, 덥스텝도 합쳐졌다. 아무래도 더 신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하이리)

데뷔곡에게 성장의 여지를 남겨둔 ‘B+’라는 점수를 매긴 하이리. 듀오 캐시코마에게 데뷔곡 ‘캐시코마’의 가사를 언급했다. ‘재미없어 남잔 똑같애’ ’난 부러울 게 없지’ ‘우린 전부 가졌지’ 등의 가사를 보면 캐시코마의 걸크러시와 스웨그가 혼재돼있다. 먼저 에이민은 “가사를 보면 몸매에 대한 직설적 표현이 있다”라며 부담을 표시했고, 하이리는 “나이가 어리기에 가사의 내용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다른 래퍼 분들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그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다”라고 답했다.

몇 년 전부터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는 힙합의 화두는 Mnet ‘쇼미더머니’ 시리즈다. 피타입 같은 1세대 래퍼부터 무명의 연습생이 한 데 어울려서 현 가요계 최고의 프로듀서들에게 심사를 받는다. 캐시코마에게 이름을 알리기 위한 목적 내지 연습의 검증을 위한 오디션 참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두 사람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나가라고 하면 못 나갈 것 같다. 아직 더 많이 성장해 나가야 하는 시기다. 2년 내지 3년 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너무 먼가? (웃음) 1, 2년 내에 도전해보겠다”(에이민), “꾸준히 실력이 성장한다면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시리즈에 나가보고 싶다”(하이리)

배우와 달리 가수에게는 콘셉트가 따라다닌다. 의상, 안무, 헤어스타일, 화장, 춤 등을 모두 통틀어 콘셉트가 완성된다. 캐시코마의 콘셉트는 밀리터리. 안무의 이름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쌍둥이 저격 춤’이다. “멋있다고 생각한다. 여장군, 여군 느낌도 나고. 여성의 직업 중 제일 멋있는 것이 여군이다. 강력한 느낌이다.”(에이민), “딱 군복, 밀리터리 콘셉트를 잠깐은 몰라도 계속 하는 그룹은 많이 없다. 밀리터리 콘셉트를 계속 하다 보면 군인 팬 분들이 생기지 않을까.”(하이리)

군인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싶다는 하이리에게 캐시코마의 타겟 층을 물었다. “걸그룹은 10대를, 트로트 가수는 장년층을 소비 타겟으로 삼는다. 캐시카우의 방향은 오직 군인인가?”라고 묻자 에이민은 “솔직히 모두가 캐시코마를 좋아해주시면 좋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러나 장년층에게 힙합은 어려운 장르다. 그래서 군 부대를 노리고 있다. 걸그룹의 시초는 군 부대라고 생각한다. 입소문이 나면 인기도 자연스레 오르지 않을까.”(에이민)


리더 에이민의 본명은 이고운으로 1998년생이다. 하이리의 본명은 이현조이며 1999년생이다. 한 명은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다른 한 명은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는 열아홉 살인 두 사람. ‘나이에 비해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주변 반응이다’라는 캐시코마의 소개글과 함께 “실력은 노력이 뒷받침될 때 완성된다. 가수를 언제부터 꿈꿨는가?”라고 질문했다.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장래희망을 쓸 때마다 항상 1지망으로 가수를 썼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가수를 준비한 시기는 중학교 1학년 때다. 많은 시간이 흐르긴 했다. 그래서 데뷔를 하니까 느낌이 이상하다.”(에이민) “어렸을 때 여자 애들은 거의 다 가수를 장래희망으로 쓴다. 나는 유치원 때부터 그랬는데, 부모님은 공부 쪽을 원하셨다. 나도 (에이민과)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갑자기 가수가 정말 하고 싶더라. 학원을 다니고, 중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하이리)

캐시코마의 완성을 도와준 노래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휘파람’이었다고. “회사에서 월말 평가를 할 때 블랙핑크 선배님들의 ‘휘파람’을 하이리와 같이 했다.”(에이미), “회사에서 이런 어두운 콘셉트가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캐시코마가 탄생했다. 연습생 시절에 둘이 춤을 자주 췄다. 호흡이 잘 맞는다.”(하이리)

에이민은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캐시코마가 되고 싶다”라며, “랩을 잘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그럼에도 본고장 미국에서 인정 받는 래퍼 듀오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캐시코마의 청사진을 그렸다. 이에 방점을 힙합이나 랩 대신 ‘신인’에 찍는다면 두 사람은 어떤 각오를 전달할지 알고 싶었다. “정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싶다. 사실 신인답지 않은 신인이 되고 싶다.”(에이민), “‘얘들 신인 안 같고 프로 같이 보인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것이 신인으로서의 첫 번째 목표다. 그것을 위해서 더 노력해야겠다.”(하이리)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인터뷰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하지만 인터뷰 시간의 장단(長短)은 제각각이다. 짧을 수도, 또 길 수도 있다. 캐시코마와의 인터뷰는 전자였다. 이에 관해 에이민은 “말주변이 늘고 싶다. 말은 잘 정리해서 할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그의 생애 첫 인터뷰를 아쉬워했다. 하지만 캐시코마는 이제 시작하는 그룹이다. 미래에 캐시코마를 지지할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하자 에이민의 경우는 “팬 분들이 있는 것이 어색하다”라고 말할 정도. 하이리 역시 “그냥 좋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 같다”라고 꿈이었지만 현재가 된 그들의 지금을 낯설어했다.

낯섦은 미숙이고, 미숙은 시간 속에서 성숙된다. 밀리터리 콘셉트를 지속하면 군인 팬들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하이리의 기대처럼 노력 여하에 따라 미래의 캐시코마는 성장할 것이다. 말주변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일신된. 돌이켜보면 이번 인터뷰에서 그들은 몇 가지를 희망했다. ‘쇼미더머니’, 미국에서 인정 받는 래퍼 듀오, 그리고 미처 적지 못했지만 “다이나믹 듀오 분들처럼 오랫동안 랩을 하고 싶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개코와 최자는 ‘셋보다 나은 둘 최자 개코니까’를 ‘이력서’에서 외쳤다. 아마 미래의 캐시코마는 ‘그 누구보다 나은 둘 에이민과 하이리니까’를 랩하지 않을까. 그런 앞날을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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