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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데뷔 10주년’ 나비(Navi)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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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날아가야죠”

“이번에 모실 분은, 이름만 들어선 굉장히 작고 여릴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힘차게 날갯짓을 하는 나비처럼 부드러우면서 아주 파워풀한 신인 여가수입니다.”

덤덤하지만 힘 있는 그 특유의 말투로 MC 윤도현은 한 신인 가수를 수백 관중에게 안내했다. 그리고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양면의 가수는, 무대 위에 올라 알리샤 키스의 ‘노 원(No One)’과 데뷔곡 ‘아이 러브 유(I Luv U)’를 ‘힘차게’ 불렀다. 으레 붙이는 ‘힘차게’가 아니다. 방송에서 그는 매력 있는 탁성으로 정말 공간을 쩌렁쩌렁 울렸다.

“꿈의 무대잖아요. 그때 진짜 행복했어요.” 데뷔 무대에 준하는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 공연을 행복한 순간 중 하나로 꼽은 나비가,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공개홀 호스트가 윤도현에서 유희열로 바뀐 그 10년 동안 나비는 사랑에 아파하는 이에게 위로를 주는 고마운 언니이자 감사한 누나였다. 고작 100초론 소개할 수 없는 ‘이별송’의 디바였다. 그런 나비가 달라졌다. 슬프거나 고음으로 가득한 노래 대신 하고 싶은 음악으로 앨범을 꽉꽉 채웠단다. 실용음악과 애창곡 ‘길에서’는 잠시 잊자. 호흡 하나를 뱉더라도 ‘디케이드(Decade)’의 감성을 담아낼 줄 아는 가수가 부르는 “90점” 음악이 왔으니까.


-새 EP ‘먼데이 투 선데이(Monday to Sunday)’를 발표했다.

올해로 데뷔한 지 딱 10년 됐더라. 다른 것보다, 10년 동안 내 음악을 좋아해주신 분들께 뭔가 특별한 선물을 드릴 수 없을까 고민했다. 기존 작업 방식과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작곡가 분들께 곡을 받기보다 전체적 콘셉트나 프로듀싱을 맡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히 담아내려고 했다. 나비 하면 발라드, 이별 노래, 슬픈 노래, 고음이 유명했다. 그런 음악도 좋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 트렌디 음악을 표방했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왜 갑자기 그렇게 했어?’ 같은 안 좋은 반응은 없더라. 그간 하고 싶은 음악 색깔에 도전한 거 같아서 듣기 좋다고 하셨다. 뮤직비디오조차 내가 그동안 해온 것과 색깔 자체가 많이 달라졌는데, 그런 점도 좋게 봐주시더라. 감사했다.

감사하다는 말 뒤로 나비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느냐고 물으니 틀에 박힌 이야기 같아서 웃었단다.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응원으로 그를 다독이며 신보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비는 새 EP에서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한껏 뽐냈다. 전곡 작사 및 작곡에 이름 나비를 올린 것. 멜로디도 좋지만, 보다 눈에 띄는 건 가사다. ‘문라이트(Moonlight)’에서 나비는 달빛 아래 연인이 함께 물들어가는 내용을 여성 화자의 입장에서 사진처럼 묘사했다.


-전곡 작사 및 작곡에 참여했다. 배경은 무엇인가?

사실 전에도 곡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 소속사를 옮겼다. 지금 회사는 추구하는 음악 성향이나 스타일이 비슷하다. 곡 작업에 충분한 이해와 지원을 아끼지 않더라. 10주년 맞이 깜짝 선물로 그치고 싶진 않다. 전곡 참여는 아닐 수 있지만, 계속 음악 작업을 해서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더 마음이 편하고, 쉽고, 빨리 진행이 되더라.

-음원 차트를 의식하는가?

이번 앨범은 힘 실은 앨범이 아니다. 힘을 싣기보다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작업했다. 덕분에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워낙 힘든 시기 아닌가.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만든 작업물이다. 정해진 스케줄에 정해진 녹음실에 가서 딱 녹음하지 않고, 같이 작업하면서 ‘어? 이거 좋은데? 녹음하자’ 막 이런 식으로 놀면서 작업했다. 환경도 좋았고, 결과물도 개인적으론 썩 마음에 든다.

-이번 앨범은 창작자 입장에서 몇 점짜리 앨범인가?

100점 만점에 90점 주고 싶다. 과정이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앨범이다. 슬럼프 때문에 곡을 2년 정도 안 썼는데, 뜻이 맞는 사람과 재밌게 하다 보니까 금방 나오더라.

-타이틀곡 외 수록곡 중 어떤 곡을 추천해주고 싶나?

‘파인(Fine)’이란 곡이다. 10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어왔다. 그리고 최근 몇 년은 슬럼프까지 겪었다. 직업 특성상 사람에게 받는 상처도 많았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어느새 잘못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힘든 시기에 좋은 회사를 만나 만든 곡이 ‘파인’이다. 가사를 보면 언젠가 다시 태양이 뜨고 꽃이 핀다는 내용이 있다. 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주는 곡이자, 누구나 다 힘든 일에 아프고 할 텐데 그들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노래다.


나비는 지난 10년의 득실을 묻자 전자는 팬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후자는 바쁜 가수 생활 때문에 대학생 안지호가 누리지 못한 20대의 나날을 언급했다. 또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결국은 삶을 배우는 과정의 일부라고 했다. “잃었다기보다 다 얻었겠죠. 경험과 상처로 사람은 성숙해지니까요. 뭘 잃었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굳이.”

10년 동안 자아를 갈고 닦은 나비 이전엔 20대 안지호가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실용 음악을 전공한 안지호는 동덕여자대학교 실용음악과 입학 후 가수 BMK가 보컬로 활동한 밴드 팀 플레이(Team Play)로의 합류를 권유 받는다. 이에 나비는 “스무 살? 스물한 살?”의 나이에 밴드의 보컬이 됐고, 대학로 유명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의 인기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작곡가 이현승의 훈련 아래 나비는 첫 싱글 ‘아이 러브 유’를 발표한다.

-싱글 ‘아이 러브 유’에 수록된 ‘길에서’가 참 좋더라.

노래하는 친구들이 많이 부르는 곡이다. 입시곡으로 유명하더라. 가수 후배들을 보면, ‘길에서’로 오디션 봤는데 가수가 됐다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길에서’ 작사를 맡았다. 인순이 데뷔 31주년 앨범 ‘판타지아(Fantasia)’에선 동명 타이틀곡 작사에 참여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 싱어송라이터 나비의 면모가 대중에겐 아직 낯섦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은근히 얘기하긴 했다. (웃음) 내가 쓴 곡으로 활동했다면 알아주시는 분께서 많이 계셨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인순이 선배님 31주년 앨범서도 세 곡 정도 가사를 썼다.

-2011년과 2015년에는 뮤지컬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 역을 공연했다. 뮤지컬 도전 소식에 ‘제2의 옥주현’ 혹은 ‘제2의 바다’를 기대하는 이가 많았다.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도전한 작품이었다. 힘들었다. 소리 쓰는 거 자체가 가수 때와 너무 달랐고, 감독님께 꾸중도 듣곤 했다. 공연은 무사히 마쳤지만, ‘힘들다. 이거 내가 계속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안긴 작품이었다. 2015년 공연은 ‘다시 한번 해보자!’란 생각에 도전해봤다. 감독님께서도 ‘너 몇 년 사이에 많이 좋아졌네’ 하셨다. 뮤지컬 창법과 가수의 창법이 참 다르다. 도전하고 싶은 생각과 망설임이 항상 공존한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작품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나에게 맞는 캐릭터가 있다면 당연히 도전할 생각이다.

-발성 혹은 창법에 관해 2AM 창민은 박효신, 이승철 등을 언급하며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보컬로의 변화에 만족한다고 했다. 혹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적 있나?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서서히 바뀌어갔다. 10년 전 노래와 지금 노래를 비교해보면 감성이 많이 성숙해졌더라. 어렸을 때는 테크닉이나 보이는 면을 잘했다. 씩씩했다. 근데 슬픔은, 예를 들어 호흡 하나를 뱉더라도 당연히 10년 동안 여러 가지가 쌓였을 거 아닌가. 내공도 쌓이고 하면서 부르는 감성 자체가 많이 성숙해진 듯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창법도 바뀌게 되고, 바꾸고 싶어서 바꾼 게 아니라 정말 자연스럽게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게 됐다. 멋모르고 부른 것과 경험 후 표현하는 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딩고 ‘100초로 보는’ 시리즈를 통해 명곡 메들리를 전달했다. 미처 100초에 담지 못한 ‘최애(最愛)곡’이 있다면 무엇인가?

많은 분들께서 여자 친구가 노래방 가면 항상 불러주는 노래라며 ‘다이어리’가 빠져서 아쉽다고 하시더라. 빠른 템포 노래 중엔 ‘눈물도 아까워’가 빠져서 아쉽다.


나비는 팔방미인이다. 가수, 뮤지컬 배우, 겸임 교수 등의 직함이 그 증거다. 재주꾼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웹 드라마 ‘응큼한 거 아닌데요’를 통해 생애 첫 연기에 도전하는 것. 겉보기엔 화려하고 섹시하지만 실제로 얘기해보면 허당기 가득한 ‘푼수녀’ 도실장 역을 맡은 그는, 역할의 반전성에서 실제 자신을 발견했다고 도전 이유를 밝혔다.

“주변에서 말씀하셨어요. 변신이 용이한 얼굴이라고요. 옛날엔 ‘가수가 왜 연기해?’ 같은 시선이 있었지만, 요즘은 없잖아요. 연기가 음악에 방해 된다는 생각은 안 해요.”

-연기까지 도전했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꾸려가고 싶나?

30대가 됐다. ‘무게감 있어야 돼’ ‘진중해야 돼’ ‘더 딥(Deep) 해야 돼’ 같은 느낌보단 여러분께서 좋아해주신 편안함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 언니처럼 같이 소통하는, 친구처럼 같이 나이 들어가는 가수가 되고 싶다. 혹 결혼을 해도 일은 꾸준히 하고 싶다.

-대중이 나비를 어떤 한 줄로 기억했으면 하는가?

지금까지 들은 말 중 고맙다는 말이 제일 고마웠다. 남자 친구랑 헤어졌는데 내 노래를 부르면서 위로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친구가 위로 받은 것처럼 나 역시 그 말에 힘이 나더라. 누군가 슬플 때 내 노래가 힘이 된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위로가 될 수 있는 가수, 힐링이 될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고 목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계속 열심히 걸어가야죠. 날아가야죠.”

위로와 힐링을 나비의 목표로 꼽은 가수는 대답을 마치며 걸어가겠다고 했다. 날아가겠다고 했다. 순간 기시감이 스쳤다. 10년 전 윤도현은 “이 노래(‘아이 러브 유’)로 정말 나비가 훨훨 날아가길 바란다”라고 했다. 그의 이름 나비(Navi)에는 실제로 우리가 아는 나비가 녹아있다. 이름의 뜻을 묻는 질문에 그는 곤충 나비가 가진 다양한 색처럼 가수 나비도 음악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알렸던 바 있다.

‘호접지몽(胡蝶之夢)’이란 말이 있다. 장자가 꾼 신비한 꿈 이야기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로, ‘나비의 꿈’을 뜻한다. 장자는 그가 나비가 되어 꽃밭을 날아다닌 꿈을 통해 그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장자 꿈을 꾸고 있는지 고민을 거듭한다. ‘호접지몽’에는 사물과 자신의 구분을 잊는 물아일체 및 스스로를 잊는 경지 무아지경이 담겨있다.

빛바랜 사랑도 사랑이다. 그리고 나비는 그 사랑을 가장 잘 부르는 가수다. 깨진 가슴을 부여잡고 나비의 노래를 부를 때 그 순간 만인은 나비(Navi)가 된다. 색 바랜 사랑을 가장 잘 이해하는 나비와 물아일체에 빠진 대중은, 무아지경 속에 슬픔을 잊는다. 위로를 받는다. 가수가 꿈으로 언급한 위로를 대중은 그와의 동화를 통해 흠뻑 가슴에 안는다.

나비가 된 장자, 장자가 된 나비, 나비(Navi)가 된 대중, 대중이 된 나비(Navi). 장자가 꾼 ‘나비의 꿈’은 2018년 ‘나비(Navi)의 꿈’으로 이어진다.

이 땅에 사랑이 존재하는 한 나비의 노래는 계속될 테다. 10년 전에도, 지금 10년째에도, 앞으로 10년 후에도 대중과 하나 될 나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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