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달의 아티스트] 아트디렉터 차인철, 기회를 놓치지 않기에

2018-02-09 15:50:55

[임현주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오해는 금물”

밤낮이 바뀌고 술 담배를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이다. 그러나 차인철은 달랐다. 술 담배라면 질색을 하고, 여행을 갈 때면 카페투어를 꼭 할 만큼 커피를 좋아하고, 늦은 새벽보다 오전 맑은 정신을 선호하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스피커에서 에이스 되기. 해보고 싶었던 활동 중 1순위가 전시였는데 스피커를 통해서 전시회를 열게 됐어요. 개인이 작게나마 할 수 있는 전시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3월에 열리니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 스피커 소속이 된 차인철의 2018년 목표다. 스피커는 에스팀과 SM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만든 회사로 글로벌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와 셀러브리티 마케팅,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향후 또 어떤 작업으로 새로움을 전달할까. bnt뉴스와 아트디렉터 차인철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디자이너, 마케터, 공간기획자, 카페운영 그리고 브리콜랩 공동 작업실까지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한사람이 맡기엔 벅차지 않나요?

해가 갈수록 역할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그럴수록 책임감도 커져가고. 벅차진 않아요. 결국 맥락은 비슷하거든요. 대부분 디자인과 관련된 일이라서 무리 없이 운영하고 있어요.

Q. 이 같은 일들을 모두 아우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제가 전형적인 한국 교육제도를 따라갔던 학생이었거든요. 시험기간이 되면 잘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독서실 다니면서 공부에만 열중했던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부모님 권유로 미대 텍스타일디자인과에 입학하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학점관리하면서 걱정이 많았고, 소심해서 이런 저런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신경성 질환이 많았죠. 25살 때 입대를 하면서 군대가 제 인생의 전환 포인트였어요.


Q. 어떤 점에서 군대가 도움이 되었나요?

쉬지 않고 달려오다가 그때 처음으로 브레이크 기간을 보냈어요. 입대이전의 삶은 수동적이었거든요. 공부해서 대학가고 다시 또 학점관리하면서 회사에 입사하고 그렇게 살면 되는 줄 알았어요. 군생활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보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죠. 성격도 유해지고 스트레스도 없어졌어요. 또 짧은 자유시간이 생기면 그림을 그렸는데, 그 시간이 정말 간절했죠. 열심히 그리면서 다시 그림을 시작해도 되나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보냈어요. 군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거예요.(웃음)

Q.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작의 과정을 즐기시는 편인가요.

‘일이 아니다’ 이 말을 되뇌며 마인드 세팅을 해요. 그렇게 작업하다보면 단시간에 업무를 끝내게 되더라고요. 사무적으로는 좋지만 작업형 인간으로 세팅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긴 해요. 항상 아침에 나와서 새벽 1~2시까지 작업을 하니까. 완전 하얗게 불태우죠.(웃음) 근데 요즘에는 맡은 역할이 늘어나면서 외부 일정도 많아졌어요. 온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날이 없어지고 있죠. 그래서 제일 좋을 때가 약속이나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이에요. 하루 종일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소중하고 행복을 느끼는 때죠.

Q.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에요.(웃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이나 영화라고 답하잖아요. 전 아니에요. 사람들이 쉽게 하는 오해가 예술영화나 영상미가 예쁜 영화들을 좋아할 거라 생각하시더라고요. 영화를 공부하면서 보고 싶지는 않아요.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에요.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을 하는 친구들과 모여서 하는 이야기나 운영하는 방식, 살아가는 패턴, 에너지 등에서 영향을 받아요. 그런데서 오는 좋은 영향들이 원동력이 되고 에너지가 되죠. 중요하게 생각해요.


Q. 그간 해왔던 수많은 작업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있다면요?

재지팩트 1집 때. 전역하기 직전에 콜렉트콜(수신자 요금 부담 통화)로 전화하면서 이야기했던 작업이었어요. 저도 그들도 완전 아마추어였죠. 어떤 가이드나 노하우 없이 시작했어요. 종이로 오브젝트도 다 만들고 촬영, 편집 등 직접 하나하나 작업해서 나온 앨범작업이었어요. 그때의 순수함과 열정이 의미 있었던 작업이었죠. 지금은 일했던 경험들이 잔머리로 쌓여있는 상태니까 다시는 재현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웃음)

Q. 일반적으로 회사에 소속되지 않는 이상 사회가 아티스트들에게 지원해주는 부분이 크진 않죠.

예전에 서울창업센터를 통해 1년 정도 지원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핸드폰 비도 못 냈던 시절이었죠.(웃음) 그때의 저도 ‘왜 지원을 안 해줄까, 왜 혜택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론은 ‘내가 잘해야지’로 끝나요. 우리가 잘해서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이 작업하면서 커리어를 쌓는 데에 집중하다보면 상황은 나아지는 것 같아요. 애초에 지원을 받는 것에 있어서 별 생각도 없었고 기대도 없긴 했어요. 체념이라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법이 될지 찾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Q. 불안함과 막막함 속을 걷고 있을 청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요.

저 또한 불안함에서 벗어난 지는 6개월도 안됐어요. 항상 회사원 생활과 제 생활을 비교했거든요. 보장이 어느 정도 되어있는 회사원과 달리 저는 혼자니까 제가 손을 놔버리면 끝나는 거죠. 지금 청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과거에 선배한테 들은 말이 있는데 그게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일단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어떻게든 되더라.”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선배가 툭 던진 말에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1~2년 정도 투자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망하는 것도 아니니까 시작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을 버리고 무엇이든 일단 해봤으면 좋겠어요.


Q. 올해는 스피커에 소속돼 조금은 더 안정되고 탄탄한 길을 가게 됐어요.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구상한 것에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붙여주시고 그 이상의 제안을 주시니까 혼자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이죠. 또 그간 해왔던 활동들을 인정해주시고 저한테 맞는 일을 주는데 조건까지 좋아요. 왜 저한테 연락을 주신지 모르겠어요.(웃음)

Q. 하나만 잘해도 성공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 말에 빗대어 차인철을 본다면 성공한 인생이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은 배고파요.(웃음) 다만 좋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매해 저나 제 주변 환경이 달라진다는 것이에요. 1년 전만해도 작업실이 없었거든요. 한남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카페도 없었고. 해마다 흥미로운 것에 도전하고 즐거운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에서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이슈는 스피커예요. 저의 역할이 또 생긴 거죠. 제 역할이 없어지거나 도태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이 계속 새롭게 주어진다는 점에 있어서는 성공적이라 생각해요.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을 할지 기대돼요. 그렇다고 나이 먹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요.(웃음)

한편, 아트디렉터 차인철의 전시회는 오는 3월8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12층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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