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한계가 없는 배우, 유선

2017-11-16 16:55:25

[우지안 기자] 수 년을 연기로 채워온 배우 유선의 눈빛에는 다양한 온도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배우의 본분에 충실했던 탓일까. 유선의 필모그래피는 다채로운 작품과 캐릭터로 빼곡하다.

섬뜩한 연기는 물론 액션 장르에 코믹한 캐릭터까지 각기 다른 색깔의 캐릭터지만 그는 매 작품마다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한 연기를 선보였다. 감정의 진폭이 큰 역할도 척척해내며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7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유선과의 함께했던 시간은 짧았지만 여운은 길었다.

Q. 화보 촬영 소감

한동안 드라마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사진 작업을 못했었는데 오랜만에 하게 돼서 재밌었다. 항상 화보 촬영을 할 때 인위적이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좋아하고 사진 안에 내가 가지고 있는 눈빛이나 느낌들이 잘 드러나는 걸 추구하는 편인데 오늘은 촬영을 잘 마친 것 같다.

Q.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종영 그리고 영화 ‘채비’ 개봉,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아이랑 남편이랑 셋이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아이는 남편이 보겠다고 하며 나는 선베드에 누워 책 보면서 힐링 하라고 했었는데 선베드는커녕 일주일 내내 아이와 물놀이를 했다(웃음). 아이가 그동안 엄마랑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그런지 나와 있는 시간을 너무 행복해하더라. 생각했던 것처럼 여유롭게 쉬지는 못했지만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힐링 됐던 시간이었다.

Q. ‘채비’는 어떤 영화인가

몸이 온전히 않은 아들 때문에 모든 정신와 마음을 쏟는 엄마가 등장한다. 그런 엄마는 아들이 혼자 살 수 있게끔 채비를 시키는 영화다. 자식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부모의 입장과 그런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영화다. 나는 큰 딸로 출연하는데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동생과 반대로 설움과 상처 속에 자라는 자식이다. 나중에는 가족과 동화되지 못해서 겉돌다가 엄마의 죽음을 알게 되고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는 누나의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역할을 맡았다.


Q. 최근 종영한 ‘크리미널 마인드’ 나나황으로 출연, 지금까지와는 다른 캐릭터로 등장했던데

내 안에 밝은 에너지가 있는데 그동안 그런 에너지를 보여드릴 만한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예전에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복실이 캐릭터를 인상 깊게 기억해주신 분들도 많았는데 오랜만에 나나황이라는 캐릭터를 맡으면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한 것 같다. 나나황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극 중에서 비타민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다만 드라마 장르가 범죄 수사 장르여서 내 역할이 사이다처럼 톡 튀지 않도록 노력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분들이 나나황 캐릭터에 애정을 가져주셔서 다행히도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작품이 끝날 때는 아쉬울 정도로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됐다.

Q. 범죄 수사 드라마,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끔찍한 사건, 사고들을 접해야 하고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정보를 컴퓨터로 수집해서 요원들에게 전달을 해야 됐기 때문에 숙지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대사량이 굉장히 많았다. 다른 배우들 또한 감정적인 대사보다는 사건에 대한 정보 전달에 대한 대사가 많다 보니 다들 대사에 치여서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7명의 요원들이 모이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던 것 같다. 손현주 선배님 자체가 선후배 사이에 격 없이 유쾌하신 분이고 이준기 씨는 워낙에 에너자이저처럼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갖고 있었고 선빈이도 너무 밝은 에너지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어 현장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Q. 현장에서 친하게 지낸 배우가 있다면

손현주 선배님과 준기 씨랑은 두 번째 만남이었기 때문에 가족 같은 편안함이 있었다. 선빈 이는 나를 언니로 따르고 좋아해 줘서 이번 기회에 예쁜 동생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고(웃음).

Q. 액션 연기부터 섬뜩한 연기까지 연기 스펙트럼이 굉장히 큰 배우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고를 때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대본을 읽었을 때 설렘이 느껴지는 작품. 설렘은 새로움에서 오는 감정일 수도 있고 내가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감정의 진폭이 커서 그걸 표현해보고 싶은 설렘일 수 있기 때문에 내게 그런 설렘을 주는 역할이면 하게 되는 것 같다.

배우라면 과연 내 한계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잘하는 것만 하기보다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욕망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겹치지 않는 캐릭터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내 필모에 다양한 작품들이 있는 것 같다.

Q.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아보고 싶은가

보이시한 이미지를 가진 형사나 조직의 보스도 할 수 있는 거고 남자들과 겨뤄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의 에너지와 파워를 가지고 있는 역할로 멋있게 출연하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리숙하고 푼수 같은 귀여운 역할도 해보고 싶다. 멜로 영화는 해본 적이 없어서 멜로에도 도전하고 싶다.

Q. 최근 상영했던 영화나 방영됐던 드라마 중에 욕심났던 캐릭터가 있었을까

‘품위있는 그녀’의 김희선 선배님과 김선아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가슴이 쿵쾅 거리더라. 여배우들이 중심을 잡고 팽팽하게 이끌어가는 스토리가 연기를 하면서도 짜릿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멋있었고 나도 그렇게 호흡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Q. 배우들은 보통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하더라. 유선 씨는 어떤가

나이 많으신 선배님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순간 그 배우는 이미 한계가 보이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는 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런 친구는 반드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반면에 자신의 연기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답답함을 느끼는 후배들은 오히려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 같은 경우도 어떤 벽을 허물었다는 생각을 하면 또 그 이후에 다른 벽이 있고 계속 적으로 깨야 되더라. 한계를 완벽하게 깨고 자유롭게 되는 경지란 없는 것 같다. 계속 깨나가는 과정들 속에서 알게 모르게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이 확장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언제쯤이면 내 연기에 좀 더 점수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는데 이제는 안다. 그런 순간이 오지 않는다는걸. 그래서 그렇게 깨 나가는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번 다른 숙제를 만날 때마다 설렐 때도 있고.


Q. 수년간 연기만을 해왔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포기할 거였으면 애초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거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또 배우라는 직업은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누군가 나를 찾아 준다면 감사히 연기해야 하는 것 같다.

Q. 많은 작품에 출연,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각각의 이유로 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캐릭터로 인해 행복했던 작품은 ‘솔약국집 아들들’과 최근에 했던 ‘우리 갑순이’라는 작품이다. 하면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대본에서 풀어지는 캐릭터의 진폭이 커서 한 작품이지만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역할이었던 것 같다. 갑순이 같은 경우는 지고지순하면서도 기에 눌려 사는 여자였는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주체적인 여성이 돼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사는 여자였다. 극적인 반전이 있던 캐릭터라 감정의 진폭이 컸고 한 작품 안에 여러 가지 감정 변화의 폭을 경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참 행복했던 것 같다.

Q. 극적인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것 같은데

좀 그런 것 같다. 뭔가 변화의 폭이 큰 역할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Q. 함께 호흡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

선배님들이랑은 많이 해보고 싶다. 그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고 싶고 삶을 통해서 배우고 싶기 때문에. 고두심 선배님과 두 번째 작품을 하게 됐는데 작품을 하면서 내 롤모델이 됐다. 나도 카메라 밖에서나 안에서나 저런 모습으로 살면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방향을 보여준 분이고 정말 국민 어머니라는 말이 맞는 게 그분의 삶 자체가 바르고 본이 되는 때문이다. 앞으로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함께 꾸준히 작업하고 싶다.

Q.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배우 유선으로 살아가는 것

사실 가족들의 배려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내가 없는 시간을 채워주는 가족들이 없었다면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시부모님, 친정 엄마 그리고 남편, 아이의 이해가 있지 않으면 힘든 일인데 다들 도와줘서 너무 감사하다. 이 모든 걸 알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서 신발을 벗는 순간부터는 바로 엄마가 된다(웃음).

Q. 남편분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남편은 굉장히 헌신적이다. 내가 배우로서 활동하는 걸 누구보다 멋있다고 생각해주고 박수 쳐주는 사람이다.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남편이 무조건 아이를 재워주는데 내가 대사를 외울 수 있게 늘 배려해주고 생각해준다. 또한 아이와의 시간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보내기 때문에 아이에게도 최고의 아빠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아빠는 곧 최고의 남편 아닐까.

Q. 쉬는 날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약속을 잡지 않고 아이와 보낸다. 아이가 공연 보는 걸 좋아해서 공연도 자주 보러 다니고 날씨 좋을 때는 놀이공원도 가고 또 키즈 카페도 가고 있다. 아이가 바다를 워낙 좋아해서 겨울을 제외하고는 바닷가에도 자주 놀러 간다.

Q. 아이가 엄마의 직업이 배우라는 걸 아는지

엄마는 TV에 나오는 사람이다 생각하고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집에서 TV는 잘 안 틀어 놓는데 어쩌다 연기하는 사람이 나오면 “엄마 거야?”하고 묻기도 한다(웃음).

Q. 아이가 배우라는 직업을 한다고 한다면

뭐든지 자기가 꿈을 발견하게끔 해주고 싶다. 재능이 있고 관심이 있고 그걸 함으로 인해 행복함을 느낀다면 도와줄 거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유선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 ‘편안함’이었으면 좋겠다. 인간적이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범접하기 어렵고 멋진 아우라를 가진 배우들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그게 나와 맞는 느낌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떠올렸을 때는 따뜻하고 사람 냄새나는 배우이고 싶다. 그래서 어떤 연기를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어떤 색을 입혀도 부자연스럽지 않을 내 색깔이 너무 강하게 포장된 배우이고 싶지 않다.

Q. 올해 계획

올해 생각보다 다작을 한 편이다. 다음 작품도 신중하게 고르고 싶고 그런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는 가정에 충실하며 편안하게 마음먹을 예정이다.

Q. bnt 독자들에게

인터뷰도 화보 촬영도 오랜만 매번 응원해주시고 보여드리는 연기에 좋은 마음으로 격려해주시는 시청자분들과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겨울 보냈으면 좋겠다.

에디터: 우지안
포토: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이재엽, 석지혜
의상: 케이수 바이 김연주, 올라카일리, 스타시카
슈즈: 알도
주얼리: 미네타니, 모니카비나더
헤어: 차홍아르더 이루나 부원장
메이크업: 차홍아르더 현승아 부원장
스타일리스트: 김고은보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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