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세상을 비추는 따스한 빛, 신세휘의 봄

2018-04-16 15:38:18

“저의 롤모델은 미래의 제 자신이에요. 어려서부터 미래의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면서 지내오는 버릇이 있었어요.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랄까요? 이제 갓 어른이 된 제 모습은 학창시절 그리던 것보다 더 멋있게 성장했어요. 마찬가지로 30대를 이렇게 그려나가다 보면 그때의 저는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허젬마 기자] 느릿한 말투로 인터뷰를 이어가다가도 이따금씩 목소리와 눈빛에 확실한 힘이 실렸다.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미래의 나 자신’이라는 답으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든 그녀, 올해로 스물 두 살의 배우 신세휘다.

2015년 tvN ‘고교10대천왕’으로 얼굴을 알린 후 본격적인 연기 생활에 접어든 그는 여전히 연기가 어렵고 난해하단다. 이제 좀 연기의 맛을 봤겠다 싶은데도 단호히 아직은 기본기를 다져나가는 중이라며 열의를 다지던 신세휘. 호수 같이 깊은 눈망울로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갈지 짐짓 기대가 된다.

Q. 촬영 소감

bnt와 두 번째 촬영이다. 지난번에는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할 수 있어서 색다르고 좋았다. 비가 오는 바람에 야외 촬영을 하지 못해 그 부분이 좀 아쉽다. 평범하지 않은 콘셉트라 재미있었다.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전체적으로 다 마음에 들었지만 두 번째 콘셉트의 경우 이전에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느낌이라 좀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결과물이 기대된다.

Q. 근황

잘 쉬는 중이다(웃음). 날씨가 풀리니 기분도 풀려서 야외활동을 많이 하려고 한다.

Q. 취미

이것 저것 시도해보는 걸 좋아한다. 어떤 형식에 갇히기 보다는 자유롭게 여러 가지를 해보는 게 좋다. 피아노나 베이스를 치기도 하고 공예나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말수가 적은 편인데 대신에 몸으로 표현하는 걸 선호한다.

어떤 날엔 자다가 일어나 갑작스럽게 무언갈 하기도 한다. 갑자기 토스트를 구워먹는다거나 뜬금 없이 문방구에 가서 찰흙을 사서 만지고 논다던가. 좀 충동적인 게 있다(웃음).

Q. 평소 성격.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말이 많지 않다.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랄까. 어릴 때부터 그랬다. 단 철학적인 대화는 예외다. 신념이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는 몇 시간이고 말 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대화나 토론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Q. 개인적인 신념이 있다면

내가 내 자신이어야 한다는 신념. 남은 속일지언정 나 자신은 속이지 말자.

Q. 이유가 있나

그냥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자아에 대해 깊이 빠져들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의 나를 만든 순간을 떠올리다 보니 과거 가장 나답게 행동했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더라. 또 언제 어떤 순간에서건 나다울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Q. 그렇다면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사랑.


Q. 이성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닐 거 같은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이성적인 사랑일 수도 있고 가족 간에 사랑일 수도, 나 스스로와의 사랑일 수도 있다. 사실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일 자체가 힘든 일이지 않나. 나 자신을 사랑할줄 알고 내 안이 채워져 있어야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건데 그렇지 않은 상태로 타인에게 어설피 사랑을 주다 보면 내 자신부터 망가지더라. 과거의 나는 생각보다 자기애가 없었다. 자의식만 컸지. 조금 더 나 자신에게 너그러웠다면 덜 아프지 않았을까 종종 생각한다.

Q. ‘세휘’, 이름이 특이하다. 이름의 뜻은?

세상 세에 빛날 휘. 세상을 휩쓰는 빛.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Q. 고교10대천왕으로 이름을 알렸다. 처음에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에 전국학생신문기자단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있었다. 한번은 그 친구가 신문에 나에 대한 기사를 실었는데 우연히 감독님께서 그걸 보시고 오디션을 보자며 연락이 오셨다. 사실 처음에는 망설였다. 연예인 쪽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히나 ‘예능 프로에 내가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런데 미팅 때 만나 방송 콘셉트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름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출연을 마음먹게 됐다.

Q. 이후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에 들어선 건가

사실 중학교 때 연기학원에 다니며 잠깐 맛을 봤다. 그런데 그때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얼마 다니다 말았다. 그러다 다시 운 좋게 우연한 기회들이 찾아왔고 어떤 운명적인 직감으로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연기를 시작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어려웠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필요로 했고 연기라는 게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는 걸 그제야 깨달은 거지. 나 같은 경우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연기에 대한 관심이 생긴 케이스다. 다른 선배 배우분들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연기에 대한 열망이 점점 커져갔다.

Q. 연기자로 데뷔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연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는데

너무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나도 나 스스로를 걱정했는데 뭘(웃음). 준비된 것도 없었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상황인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연기에 대한 접근이나 방향성을 나 혼자 생각하던 때였다. 처음 연기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조금 더 밖으로 표출하고 전달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Q. 지금은 어떤 거 같나

지금도 연기를 잘하는 게 뭐고 못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아직 기본기를 다져나가는 시기라 생각한다.

Q.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없다. 여전히 어렵고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Q. 연기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솔로몬의 위증’에서 ‘이주리’ 역을 연기할 때 개인적으로 깨달은 점들이 좀 있었다. 그때 맡았던 역이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역할이었는데 간접적으로 그런 상황을 겪어보니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그전까지 나는 그런 경험이 없다고 생각해 제 3자 입장에서만 생각했었는데 점점 연기에 몰두할수록 과거의 나도 누군가에게 미움을 많이 받았었다는 걸 깨달아 마음이 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작품이 끝날 때쯤엔 세상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덕분에 한층 성숙해진 거 같다.


Q. 슬럼프를 겪었던 적은?

연기에 대한 슬럼프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슬럼프가 있었던 적이 있다. 자꾸만 자신을 파고들면서 스스로에 대해 성찰을 하다 보니 내적 우울감이 상당히 심해졌던 적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느낌들을 외면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느 날 책에서 ‘이모셔널 배기지’라는 표현을 보고 그때부터 우울한 감정을 달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감정이란 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쌓여가는 것으로, 우울한 감정을 애써 떨치려 하거나 숨기기보다는 외부로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

Q. 지금은 힘들 때 겉으로 표현하는 편인가

그렇다. 지금은 주변사람들에게 많이 이야기 한다. 그런데 사실 다른 사람의 아픈 모습을 오래 지켜보면 지치지 않나. 나의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면서도 끝까지 곁을 지켜준 사람들에게 고맙다.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

지금까지 맡았던 역들은 상처가 많거나 내성적인 역할이 많았다. 다음에는 당차고 대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태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Q. 롤 모델

사실 나는 롤 모델이 없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미래의 나’가 롤 모델이다(웃음). 언젠가부터 미래의 나를 상상하면서 살아왔는데 정말로 그 무렵쯤이 되면 꿈꿔왔던 모습과 비슷하게 살고 있더라. 마치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랄까? 학창시절에는 성인이 된 나의 모습을 계속 그리면서 살아왔는데 성인이 된 현재의 나는 그때 내가 생각했던 모습보다 더 멋있게 성장한 것 같다. 30대를 이렇게 그려본다면 그 때의 나는 또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는 배우, 이미지 왜곡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배우, 개성이 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 이게 독이 될 수 도 있지만 어떤 캐릭터에든 내 자아가 잘 녹아들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Q. 버킷리스트

사랑을 하고 싶다. 제대로 된 사랑. 사랑에 관심이 많다. 철학책도 읽어보고 이것저것 해봐도 답이 안 나오더라. 어떻게 하면 사랑을 논리적으로 말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진득한 사랑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통해 겪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이 보다 더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Q. 이상형

모든 일에 여유로운 사람. 나를 궁금해 해주는 사람. 매순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웃음). 그리고 나처럼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

Q. 자신의 외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예전에는 눈 위에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요즘은 새카만 내 눈썹이 마음에 든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내가 표현을 잘 못하고 말도 없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항상 마음속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나라는 사람을 앞으로 찬찬히 보여드리겠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

에디터: 허젬마
영상 촬영, 편집: 이재엽, 김시영
포토: 권해근
의상: 스타일난다, 에이벨
시계: 미사키
주얼리: 트라비체
아이웨어: 프론트(Front)
백: 네이버 해외직구 해외편집샵 프랑코 푸지(Franco Pugi)
헤어: 제니하우스 청담힐 유미 팀장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청담힐 예원 부원장
장소: 을지로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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