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이이경 “’붉은 달 푸른 해’ 주연 발탁? 이전과는 다른 배역에 잠도 못 자”

2018-10-17 15:14:10

[우지안 기자] 드라마 ‘고백부부’, ‘으라차차 와이키키’ 그리고 ‘검법남녀’와 차기작 ‘붉은 달 푸른 해’ 캐스팅까지, 나열하기에도 벅찬 필모그래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이이경과 만났다. 어쩌면 낯익은 얼굴일지도 모를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작품에서 타당한 연기를 보여주며 가능성을 증명해왔다.

캐릭터와 작품의 비중과 크기에 상관없이 부단히 연기를 해서일까. 4~50개에 달하는 다작을 통해 축적된 내공을 가진 이이경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하던 그림을 조금 더 빨리 그리게 됐다며 연신 겸손한 대답을 전하며 들뜨지도, 조급해하지도 않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또 한 번 자신의 몫을 해낼 준비를 할 뿐이었다.

전무후무한 캐릭터에 채널을 돌릴 수 없는 마력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이경. 그의 말을 빌리자면 배우는 매 순간 선택받는 직업이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고. 모쪼록 ‘잘하는’이이경이 되고 싶다던 그의 담백한 한마디는 곧 브라운관을 통해 또 한 번 증명될 듯하다.

Q. 요즘 바쁘게 지내는 것 같은데 근황이 궁금하다

“‘국경없는 포차’ 끝내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다. 촬영 끝내고 파리에서 혼자 여행 후 돌아와 작품이 정해져 체중 감량을 하고 있는 중이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운동하고 대본 보면서 지내고 있다”

Q. 차기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주연으로 발탁,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지

“미스터리 추리 수사 극이고 형사 캐릭터를 맡는다. 김선아 선배와 함께 출연하게 됐는데 내가 선배의 말을 유일하게 들어주는 사람이고 그러면서 사건을 하나씩 헤쳐 나가는 역할이다. 추리극이라 그런지 대본에 지문이 어려워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Q.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형사 역할은 많이 도전하지 않았나. 이번 작품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공조’에서는 신입 형사였고 ‘검법남녀’ 때는 같은 형사여도 지금과는 톤이 다른 역할이었다. ‘붉은달 푸른해’는 다운된 톤에 전보다는 진지한 캐릭터를 맡게 돼 잠도 못 이루고 있다. 사실 주인공을 바라면서 연기해왔던 건 아니지만 이번 작품은 기회이자 도전이 될 듯싶다. 작가님께서 추리, 공포, 미스터리 작품을 워낙 잘 쓰시는 분이라 대본이 탄탄하더라. 복선도 많고 어려운 부분들이 많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키워 나가고 있는 단계다”

Q. 김선아와의 호흡, 대중들의 반응이 다양하던데 혹시 댓글도 봤는지

“김선아 선배는 워낙 대선배라 감히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댓글이나 반응은 생각보다는 무난했던 것 같다. 긍정적이라 크게 담아두는 타입은 아니다. 당연히 부담감은 있고 이렇게 언급하는 것도 쑥스럽고 부담스럽다”

Q. 그래도 이경 씨에 대한 연기 혹평은 거의 못 봤던 것 같다

“연차에 비해 다작했던 게 도움 됐던 것 같다. 예능과 연기하면서 거의 4~50개 작품에 출연했으니까. 최근에도 최다니엘 형을 보러 촬영장에 놀러 갔는데 현장 스태프들을 다 알겠더라. 지금껏 연기를 헛되지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이었다”

Q. 쉬지 않고 다작하는 이유가 있을까

“배우마다 길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배역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캐릭터를 두고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20대 때는 무조건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능 출연도 열심히 했던 거고.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작품도 최대한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자산이지 싶다”

Q. 만족스러운 연기 행보라고 생각하나 보다

“톤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내 삶의 톤은 중저음이지만 최근작인 ‘으라차차 와이키키’나 ‘고백 부부’에서는 상당히 하이 톤을 연기했었다. 분위기를 살리고 재밌어야 됐던 캐릭터인데 그런 모습들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고 그에 대한 희열도 컸다. 나 때문에 웃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래서 배우하는 구나’하고 느끼기도 하고. 하지만 그건 연기의 일부분이고 내 삶과 분배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Q. ‘고백부부’,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보여줬던 유쾌한 모습들이 뇌리에 박히긴 했다. 평소 이경 씨는 어떤 사람인가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편이다. 보통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혼자 게임하는 걸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많이 내성적이었는데 점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바뀌는 것 같다. 워낙 어색한 걸 못 참아서 어딘가에 가서 분위기를 이끌어야 된다는 압박이 있는 것 같다. 부모님 앞에 있을 때랑 친구들 앞에 있을 때랑 약간은 다른 모습이지 않나. 나 또한 그런 거다”


Q.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벌써 군대 갔다 온 지 십 년이 됐지만 전역할 때쯤 뭘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가라테로 체대에 들어갔는데 전역하고 나서 학교로 돌아가기는 싫더라.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 데 집 앞에 있는 핑크색 간판에 쓰인 루트 연기 학원을 보고 막연하게 궁금해졌다. 영어는 알파벳이 있고 음악은 음표라는 시작점이 있는데 대체 연기는 어떤 걸 어떻게 알려주는 건지 궁금했다. 첫 시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된 거다. 군대에서 tv로 드라마 ‘아이리스’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고 그러면서 연기라는 것에 궁금증이 증폭됐던 것 같다. 연장선상으로 학원도 가게 되고 원장님의 추천으로 학교도 가게 됐고”

Q. 서울예대 입학 비하인드 치고는 단순하다. 아무래도 끼가 있었나 보다

“그런가 보다.(웃음) 지금은 다른 거 할 자신도 없고 돌이킬 수 없다”

Q. 주변에서도 반대가 심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가수는 노래와 춤이라는 보여줄 게 있지만 연기는 그게 아니지 않나.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서 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부여받아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주변에서 반대를 했어도 그런 부분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라 지금처럼 하고 싶은 걸 했을거다. 지금은 어느정도 믿어주는 것 같고. 자존심이라면 자존심인데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은 안 들더라”

Q. 많은 작품들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캐릭터나 작품을 꼽자면

“그동안 악역을 많이 했는데 ‘고백부부’와 ‘으라차차 와이키키’ 이 두 작품은 참 감사한 작품인 것 같다. 이번에 파리 갔을 때도 프랑스 분들이 준기라는 이름을 불러주며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선물도 주시고 참 신기했다. 특히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추억이 짙은 작품이다. 아마 인생 작품이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Q.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매회 명장면을 탄생시키기도 했는데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

“‘와이키키’는 워낙 카메오 출연을 많이 해주셔서 더 재밌었던 것 같은데 김서형 선배랑 함께 호흡 맞추는 씬에서 콧물이 내 입으로 들어가야 됐던 상황이 있었다. 계란 흰자로 연출해서 연기를 하는 데 횟수도 기억 안 날 만큼 정말 많은 테이크를 갔던 것 같다. 신기한 건 다들 고생한 것들을 알아봐 주시더라”

Q. 망가지는 연기, 힘들지는 않았는지

“연기고 극의 흐름상 타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망가진다는 생각으로 연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해보니 코미디 연기가 확실히 어려운 것 같다. 코미디 연기는 현장에서 재밌어도 실제 방송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개그맨 분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Q. 오디션 경험도 많다고

“오디션은 몇 백 번은 본 거 같은데 항상 오디션 역할에 맞는 옷을 집에서부터 입고 오디션 장소까지 갔다. 한 번은 경찰 역할 때문에 경찰 옷이 필요했는데 빌리기가 힘들어서 특경대인 친구한테 빌리기도 하고 그랬다. 오디션 보면서는 언제까지 오디션을 봐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Q. 신스틸러, 감초 역할 등 한정된 캐릭터가 아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

“사실 이전에는 기준이라 할 게 없었다. 하루가 24시간이라고 하면 그 시간만 맞출 수 있다면 거절하지 않고 다 했었다. 캐스팅 해주신 분들은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캐스팅해주신 건데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싫은 것도 이겨내고 해야 된다는 책임감이 컸다.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도 뭔가 주어지면 당연히 하는 게 맞지만 당시에는 조연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정해진 배역에 몰두하기 위해 거절해야 되는 상황이 생겨서 그런 점은 또 어렵다”


Q. 방영 예정인 ‘국경없는 포차’ 출연, 어떤 모습으로 출연할지 기대된다

“해외에서 우리의 포장마차를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함께 출연했던 선배들도 다 좋았고 17일 정도 함께 머물러서 그런지 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시작할 때부터 PD 님께 ‘비긴어게인’의 노홍철 씨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아무래도 그런 역할이 가장 편하니까. 결과적으로 잘 이겨낸 것 같다. 동생들과 형님들의 중간 역할을 잘 하지 않았나 싶다.(웃음) 동생들은 의지했던 것 같고 선배님들과는 좋은 술 친구이지 않았을까”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은 누구인가

“추석날에도 같이 있었던 최다니엘 선배. 고민 상담을 많이 하는데 제 고민을 정말 진중하게 생각해주신다. 편해지면 수다쟁이가 되는데 다니엘 형이랑은 8시간씩 카페에서 수다만 떨 정도다. 형 이상의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함께 작품 했던 샤이니 민호랑도 자주 보는데 민호는 모니터링도 잘 해준다. 참 고마운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서울메이트’에 함께 출연했던 준호 형님과 숙이 누나, 소유 씨와 만났는데 준호 형님이 개그맨, 배우, 가수 모임이라며 신기하다며 ‘개배가’라는 모임 이름도 지어주셨다”

Q. 연기하면서 롤모델로 두는 사람이 있는지

“배우마다 연기가 다 다르다. 가지고 있는 목소리와 생김새, 작품과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은 마음이지 롤모델을 따로 두고 싶진 않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끊임없는 배우. 배우는 매 순간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고 시청자분들이 믿고 봐주셔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받아 도전하고 배우로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싶다. 사실 인생의 목표를 20대에는 경험, 30대 때는 경험을 토대로 실전으로 옮기고 싶었고 40대 때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50대 때는 베풀며 살고 싶었다.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30대 후반 즈음에 소망했던 그림을 그리게 돼 놀랐지만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모쪼록 ‘잘하는’ 이이경이 되고 싶다”

에디터: 우지안
포토: 권해근
영상 촬영, 편집: 이재엽
의상: 자라, 헤타
슈즈: 나이키
백: 토툼(TOTUM)
액세서리: 자라
헤어: 라메종뷰티 혜린 실장
메이크업: 라메종뷰티 상아 부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