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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민지 “튀지 않고 작품에 묻어나는 배우가 최종 목표”

2018-12-06 16:33:26

[우지안 기자] 자신이 선택한 길을 초지일관 지켜나가는 일이란 쉽지 않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중과 마주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대다수가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에 더욱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데뷔 15년 차 배우 송민지는 KBS1 드라마 ‘비켜라 운명아’라는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나타났다. 자신의 존재보다는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그는 연기를 향한 초지 일관된 자세로 조곤조곤 대답을 이어갔다.

연기자의 삶, 그리고 결혼을 통해 더욱 견고한 30대를 살아가는 그는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세대의 일상적인 고민과 사랑을 표현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며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보였다. 다른 미사여구 없이도 연기에 대한 설렘이 전해진 시간이었다.

Q. 오늘 화보 촬영 어땠어요?

“5년 만에 촬영한 것 같아요.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작가님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재밌었어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Q. 드라마 ‘비켜라 운명아’ 출연 중이잖아요. 아무래도 일일 드라마라 스케줄이 바쁘죠?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밝은 캐릭터로 나오던걸요.

“촬영이 많은 날에는 주 4회 정도 스케줄이 있어요. 금수저와 취집을 꿈꾸는 푼수 같은 디자이너로 나와요. 지금처럼 밝은 캐릭터는 처음 해봐서 하면서도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욕심 많아 보이지만 허당끼 있는 캐릭터예요. 어느 정도 캐릭터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재밌게 촬영하고 있죠”

Q. 밝은 캐릭터는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촬영하는 곳에 분장실이 하나라 다 같이 쓰는 거라 조용한 편이에요. 근데 저는 조용한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연기를 하려니 초반에는 낯설더라고요. 겉으론 티가 안 나도 낯가림이 상당한 편인데 그런 환경들이 적응이 안 됐죠.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혼자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텐션을 올리죠. 선배들한테 괜히 말도 걸고요(웃음)”

Q. 촬영장 분위기는 어때요?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배우가 있나요?

“박윤재, 진예솔 배우와는 학교 선후배 관계라 확실히 편해요. 학교에서 보다가 현장에서 보니까 반갑더라고요. 서로 챙겨주고 수다도 떨고요. 촬영장에서는 아무래도 상대역으로 나오는 육동일 씨와 붙는 씬이 많다 보니 친하게 지내고 있고요”

Q. 일일드라마 같은 경우는 선생님, 선배님들이 많잖아요. 먼저 다가가기 어렵거나 하는 점은 없었나요?

“그런 부분은 별로 어렵지 않아요. 선배들이랑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 좋고요. 따뜻하신 분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특히 전 회사에서 함께 있었던 조덕현 선배님이 잘 챙겨주세요”

Q. 그러고 보니 벌써 데뷔 15년 차 배우예요. 꾸준히 한 길만 걸었는데 연기자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수능 끝나고 우연히 연극 한 편을 보게 됐어요. 소극장이었는데 열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요. 무대와 관중석이 가깝다 보니 배우들의 땀이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갑자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더라고요. 당시에 저는 떨려서 발표도 못 하는 아이였거든요. 대학교도 원래는 다른 과를 가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한 달 남짓 남은 시간 동안 개인 레슨을 받아 운이 좋게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게 됐어요. 끼가 있는 건 아니었던 것 같고 다행히도 즉흥 연기 시험을 봤던 학교에 합격하게 됐죠”


Q. 데뷔는 연극으로 했죠? 연극, 영화, 드라마를 다 해보니 어떤가요?

“네 맞아요. 학교 졸업 후 연극 무대로 데뷔했어요. 아무래도 연극은 인물을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기도 하고 하루에 열 시간씩 연습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오디션을 통해 시작하게 돼서 그런지 더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지금도 연극은 너무 하고 싶어요. 영화도 마찬가지로 인물에 공을 들이는 시간이 충분한 편이에요. 드라마 같은 경우는 순발력이 필요한 순간이 많아요. 특히나 일일드라마 같은 경우는 촬영 분량이 많다 보니 저는 워낙 느린 게 적응돼야 잘하는 편이라 어려운 부분이 많았죠. 하지만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Q. 공백기가 길었던 편인 것 같은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도 궁금해요.

“결혼했죠(웃음). 남편이 연기 학원을 해서 돕는 부분도 있었고요. 사실은 사회생활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사람에도 치이고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연기도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해봤고요. 모든 게 지친 상태였는데 지금의 작품을 만난 거예요”

Q. 그때가 슬럼프였겠네요.

“고민이 많은 찰나 드라마 ‘끈질긴 기쁨’ 함께 했던 김종연 감독님을 우연히 만났어요.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감독님께서 포기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 덕분에 지금 작품도 하게 됐고요. 사실 그동안 하나씩 내려놓고 있었거든요. 욕심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항상 힘이 되게끔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Q. 요즘은 드라마가 방송되면 시청자 반응도 빠르잖아요. 어떤가요?

“반응은 생각보다 무난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화면이 너무 안 나와요(웃음). 많이 걱정됐었는데 점점 맞춰가고 있어요. 너무 통통하게 나와서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싶고요. 어떻게 하면 잘 나올까 생각도 하고요. 다른 분들은 연기할 때 예쁜 표정으로 나오는데 저는 너무 현실적인 표정인 것 같기도 하고요. 연기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지금은 재밌어요”

Q. 그나저나 결혼 생활은 어때요? 두 분 모두 배우 생활을 했잖아요.

“지금의 남편이 학교에서 하는 마지막 공연 기획을 했는데 제가 보러 갔었거든요. 거기서 만나 소개를 받아서 사귀게 됐고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 원래 저는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았거든요(웃음).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소개팅도 받고 사람을 만나보면 회사 다니는 분들과는 맞지 않더라고요.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과 맞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찾았더니 제 곁에 선한 남편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너무 재밌어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재미없을 수 있지만 제가 봤을 땐 재밌거든요. 무엇보다 저와 잘 맞아서 친구랑 소꿉장난하는 느낌이에요. 친구 같은 남편이죠”


Q.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기대되는데 혹시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못해본 게 너무 많아요. 점점 나이 드니까 제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노처녀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좋고 30대의 현실을 담은 이야기가 녹아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딱 그 나이대에 맞는 사랑이나 고민들이 있잖아요. 얼마 전에 드라마 ‘최고의 이혼’도 재밌게 봤고요. 제가 지금 하는 역할은 20대 역할이라서 다음 작품에서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이 욕심나요”

Q. 함께 호흡 맞춰보고 싶은 배우를 꼽자면 누가 있을까요?

“조정석 배우요. 연기할 때 너무 매력 있잖아요”

Q. 예를 들면 어떤 작품이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 씨가 했던 역할도 너무 좋았고요. 연상연하 로맨스도 좋네요. 잘생긴 남자배우랑 하게 된다면 당연히 좋겠죠?(웃음)”

Q. 요즘 최대 관심사가 뭐예요?

“다이어트요. 사진 찍는다고 해서 며칠 동안 거의 안 먹었거든요. 평소에 너무 잘 먹고 잘 챙겨 먹는데 드라마 들어가니까 정해진 시간이 있다 보니 더 잘 챙겨 먹게 되더라고요. 연기도 연기지만 그 외의 것도 신경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도 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안 했는데 일 년 전쯤부터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Q. 얼마 안 된 거네요? 어떤 관리 중인지 궁금한데요.

“저탄수 고단백 식단을 유지했고요. 요즘은 노니가 좋다고 해서 노니 원액도 먹고 보통 차를 끓여 마시고 있어요. 그렇게 먹으니까 좀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우엉이나 한방 약재 종류의 차를 습관적으로 마시거든요. 그러고 보니 운동에도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고요”

Q. 연기하면서 롤모델로 꼽는 배우가 있나요?

“전도연 배우요. 눈빛 하나만으로도 감정 전달이 되고 매력 있어요. 어떤 캐릭터든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고요”

Q. 친하게 지내는 배우는요?

“사실 연기하는 친구는 몇 없어요. 그중에서도 하시은이라는 배우랑 친해요. 연기 이야기는 거의 안 하고 매일 수다 떨기 바쁘죠. 아까 사진 찍으면서도 제 사진 보내줬어요(웃음)”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튀지 않고 작품에 묻어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공연이든 스크린이든 브라운관이든 상관없어요”

Q. 이건 번외 질문인데요. 아까 보니 이효리 씨와 정말 닮았어요. 예전부터 그런 소리 많이 들었죠?

“예전부터 듣긴 했어요(웃음). 근데 화면으로 나올 때랑 너무 다르니까 욕먹더라고요(웃음). 제가 봐도 화면에서는 전혀 닮지 않았거든요. 간혹 사진에서 보면 닮았나 싶을 때도 있는데 예전만큼 많이 듣진 않아요. 조심스러운 부분이죠”

Q. 마지막으로 bnt 독자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몸 잘 챙겨야 하고 싶은 것들을 신나고 즐겁게 할 수 있잖아요. 연말 잘 보내시고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에디터: 우지안
포토: 조재언
의상: bnt collezione(비앤티 꼴레지오네), FRJ Jeans, 르이엘
주얼리: 위드란(WITH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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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 바이비엘
백: 토툼(TOTUM)
헤어: 콜라보엑스 수현 디자이너
메이크업: 콜라보엑스 정남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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