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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센오빠’ 김우리 “성공 비결은 가족, 오직 마이웨이 간다”

김도윤 기자
2019-12-05 11:10:15

[김도윤 기자] ‘연예계의 소문난 마당발’하면 퍼뜩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24년차 스타일리스트 김우리다. 20대 초반 가수 신효범의 스타일리스트로 시작한 그는 감각이 돋보이는 패션스타일링으로 단숨에 연예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90년대 유명 가수부터 연기자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스타가 없을 정도.

이후 그는 홈쇼핑에 진출하며 제품 컨설팅과 판매에 참여. 남다른 재치로 단일제품 122회 매진, 1,400억 매출 달성의 성공신화를 이뤄내며 홈쇼핑 업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히트상품 제조기’, ‘믿고 사는 김우리’라는 유행어는 당시 ‘김우리 파워’를 짐작케 한다.

이처럼 오랜 방송 경력으로 단련된 ‘쎈오빠’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은 최근 방송은 물론 SNS와 유튜브를 통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김우리 특유의 ‘까칠한 친화력’에 반한 18만 명의 인친들과 4년째 의리를 지키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 김우리 제2의 전성기를 예고 중이다.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꿈꾸는 ‘노력파’이자,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해내는 ‘상남자’. 스타일리스트 겸 방송인, 뷰티 크리에이터이자 사업가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우리를 만났다.

Q. ‘가수 출신 패션스타일리스트’ 독특한 이력이 궁금하다

“17살 때 ‘백두산기획’에서 하은수라는 이름으로 데뷔했지만, 앨범이 잘 안됐다. 그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21살에 가장이 됐다. 가수를 꿈꾸는 것으로는 가족을 책임질 수 없겠더라. 그때 가수 신효범 옷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전공자는 아니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내 데뷔팀 의상도 직접 했다. 그걸 좋게 본 지인이 신효범 누나를 소개해 줬고, 그때부터 스타일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태사자와 함께 일하면서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태사자, 세븐, 렉시, 이지훈, 크론, 박효신, 김완선, 엄정화, 디베이스, 이정현, 은지원, 엔알지 등 수많은 아티스트의 스타일링을 맡았다. 우연찮게 내가 스타일링한 가수들이 다 1등을 하면서 ‘김우리랑 같이 하면 1위를 한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런 기운도 되게 중요하더라(웃음)”

Q. 스타일리스트로 성공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기회’라는 운이 따랐던 것 같다. 그 운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더 열심히 뛰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면 실력도 못 보여주는 것 아니냐. 모든 가수들을 나라고 생각했다. 의상은 물론 헤어, 메이크업까지 직접 다 하는 스타일리스트는 내가 거의 유일했다. 그쪽으로 잔재주가 있었던 것 같다. 내 돈을 들여서라도 멋진 옷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바느질부터 스팽글, 보석 하나까지 꼼꼼히 신경 썼고, 아티스트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물론 내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을 잘 지켜준 아내의 든든한 지원도 큰 힘이 됐다”

Q. 홈쇼핑 업계의 베테랑 진행자다. 자기 성과를 직접 자랑해 본다면?

“홈쇼핑에 출연한 건 18~19년 정도 된 것 같다. 홈쇼핑이 처음 생겼을 때 부분 게스트로 많이 출연했고, 그것이 이력이 되면서 메인 프라임 타임 방송을 진행하게 됐다. 완판기록에 최고 매출 기록도 달성하고 결과가 좋았다. 남자가 뷰티제품을 판다는 것도 특이한 데, 자기제품을 갖고 다니면서 여러 방송사에서 판매하는 호스트도 내가 유일해서 당시 큰 이슈가 됐었다”

Q. 주로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나는 패션디자이너도 아니고, 옷을 만들어 팔고 싶지 않았다. 또 패션을 하면 여자 옷을 하고 싶은데, 내가 직접 입어 볼 수 없으니까. 쇼호스트 없이 혼자 여자 옷을 파는 것은 한계가 있더라. 반면 뷰티 제품은 내가 직접 사용하고 효과와 느낌을 말할 수 있어서 좋다. 뷰티 전문가는 아니지만 ‘소비자를 대표한다’라는 생각으로 출연했다. 그 부분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

Q. 자신의 어떤 부분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나.

“여배우와 오래 일을 해온 내력이 있고, 집에 아내와 두 딸을 통해 여자들의 심리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 두 딸이 스물다섯, 스무살이라 한창 예쁜 것에 관심이 많을 나이고, 올해 47세인 아내는 늙음 앞에 방패가 필요한 시기다. 우리집 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제품을 소개하다 보니 고객들이 좋아하더라”


Q. 18만 팔로워를 가진 SNS 인플루언서다. 소감은?

“기분 좋다. 처음 SNS를 할 때는 비호감이라고 싫어하는 분들도 많았다. 오래 소통을 하면서 인식이 좀 달라졌다. 하는 일, 사는 곳만 다르지 나와 우리가족도 남들과 똑같은 고민과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시고 같이 공감하는 단계다. SNS로 소통을 시작하면서 우리도 더 잘 산다. 사람들도 우리에게 고마움을 매일 표현하지만, 우리도 고맙다.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에 책임감을 느끼면서 ‘더 잘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Q. 최근 SNS를 통해 공개된 황금인맥이 화제다. 인맥관리 비결이 있다면?

“‘먼저 챙기는 마음’, ‘부탁하지 않는 삶’이 관계유지의 비결인 것 같다. 사실 SNS에 올라온 연예인들은 내가 연락해서 만나는 친구들이다. 오래 인연이 닿은 친구들은 비슷한 또래지만 그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항상 자식 같고 동생 같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먼저 연락하고 챙기게 되고, 만나면 ‘밥 사주는 오빠(형)’이 되고 싶더라”

Q. 거의 매일 라이브방송을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라이브 방송은 가족에게 하듯 편안하게 말한다. 처음부터 그게 부담스러우면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고객은 왕이 아니라 친구니까. 나는 친구처럼 뭐든다 해주고 싶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라방이 벌써 4년째 접어든다. 지금은 모두가 무척 돈독한 상태다. 내가 좀 강단 있고 쎄게 말하고, 극단적인 표현을 자주 쓰니까, 라방에도 나랑 비슷한 친구들인 생기더라.(웃음) 거기 얌전한 사람들이 별로 없다. 센말 좋아하고 급하고 활발하다. 무엇보다 기운이 되게 좋다. 에너지가 넘친다“

Q. SNS를 통해 만난 인친들과 팬미팅도 했다던데

“맞다. 라이브 방송에서 자주 만나는 분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다들 피부가 좋으시더라.(웃음) 어떤 점이 좋았는지 물었더니 아내와 내가 방송에 함께 나와서 이야기는 모습이 위안이 됐다고 하더라. 제 아내 애란 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대단했다”

Q. 김우리샵을 거점으로 SNS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제품을 선택하고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만드는 사람이 첫번째다.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만든 사람의 이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 사람들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라면 그 제품을 나는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어떤 마인드와 철학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여기까지 왔는지를 되게 많이 본다.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Q. 홈쇼핑부터 SNS까지 탁월한 PR능력이 눈에 띈다. 사업가로서 나름의 전략이 있나?

“아무것도 안 보는 것? 나는 오로지 ‘나!’(웃음) 오직 ‘포 미(For Me)’다. 홈쇼핑도 내 제품, 내 출연 분량만 관심을 갖는다. 남의 것과 비교할 이유를 못 느낀다. 무엇보다 자체의, 내 흐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리더다. 남들이 내 흐름에 따라오게 하고 싶지, 남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 남들이 내 제품 시연, 게시글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면 ‘리더로서의 자부심’도 느낀다.(웃음) 김우리샵이 특화된 샵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오롯이 마이웨이를 걷자’ 하는 주의다”

Q. SNS, 유튜브, 홈쇼핑 등 패션‧뷰티에 관련해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체력으로, 심적으로 힘든 점은 없나?

“너무 힘들다. 성대가 나갈 정도다. 하지만 라이브 방송은 매일 하는 편이다. 뭘 팔지 않더라도 한다. 인생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모두 좋아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고민은 유튜브다. 2020년까지 10만 구독자가 목표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 2만6천 구독자도 쉽지 않더라. 유튜브만 했으면 우울증에 빠졌을 것 같다.(웃음)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보조제로 챙긴다. 비타민, 유산균, 단백질 그리고 콜라겐! 이렇게 4개를 먹고 있다”


Q. 새롭게 계획 중인 일이 있나?

“요즘은 남자 필라테스 특별 이벤트 클래스를 하고 있다. 에스바디워크와 콜라보로 준비했다. 수업은 강사님이 진행하시고 나는 수업에 참여해 진행을 돕는 호스트다(웃음). 선착순으로 10명을 모집해서 ‘한 달만 진행해 보자’하고 시작했는데, 벌써 두 달째가 됐다. 남자 단체 필라테스 수업이 흔치 않다보니 회원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자녀문제, 부부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내가 즐겨하는 명상을 모아서 수업을 개설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내 추천으로 큰 딸이 필라테스 자격증을 땄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힐링공간, 힐링센터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Q. 일과 가정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

“‘가족에게 일의 무거움을 알리지 말고, 회사에서는 가족 때문에 일을 등한시 하지말자!’라는 원칙이 있다. 회사와 가정에 딱 선을 긋고, 매 상황에 충실하려고 애쓴다”

Q. 방송이나 SNS를 보면 엄마처럼 세심한 성격인 것 같다. 어떤 남편이고 아버지인가?

“엄마 맞다.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아버지께서 지금도 김장 담그시고... 다 하신다. 음.. 나는 ‘엄마 같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같은 남편?’ 그게 맞는 것 같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인 것 같다”

Q. 최근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가족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가족공개를 아내가 싫어했다. 과거에 나는 SNS를 통해 예쁜 두 딸들을 막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애들하고 처음 가족여행을 가면서 아내와 두 딸의 뒷모습을 SNS에 처음 공개했다. 그 과정에서 첫째의 명문대 진학, 둘째의 홈스쿨링 같은 가족사가 공개됐고, 팔로워도 갑자기 4~5만 명이 늘었다. ‘엄마아빠는 외계인’을 비롯해 다수 방송에도 출연했다. 평소 가족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출연했는데, 이 모습이 예능 쪽으로 변질되는 것이 싫어서, 이제 가족예능은 안한다”

Q. 출연했던 프로그램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섹션티비 리포터로 활동한 7개월이 기억에 남는다. 내 연예인들을 재조명해서 인터뷰하고, 그 과정에서 진솔한 이야기가 나오고 같이 울기도 하고... 전문가가 아니니까 잘 되지도 않고, 막 친한 사람들만 하게 되고(웃음), 그게 좀 미안하고. 돌이켜 보면 좋은 경험? 재미있던 경험으로 남아있다”

Q. 다수 방송에 출연한 경력이 화려한데,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방송 분야가 있다면?

“인친들이 그러더라. ‘이제 드라마 한 편만 까메로오 출연하면 끝나겠네?’(웃음) 실제로 드라마 빼고 한 번씩은 다 해본 것 같다. 사실 방송활동에 크게 목마름은 없다. 내 일이 있고, 방송은 나보다 더 잘 하는 전문가들이 있으니까”

Q. 오랫동안 연예계에 몸 담아온 관계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가슴 아픈 사건들이 너무 많았다. 20년 넘게 이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예쁘게 피다 너무 일찍 져버린 별들을 많이 봤다. 인기가 식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고민하고 아파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친구들이 너무 많다.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내 자식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공인으로 살다보면 자의든 타의든 기사화 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이 조금 관대해 졌으면 좋겠다. 힘들 땐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성숙한 국민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인기로 사는 스타는 결국 대중이 키운 자식이다. 아이가 좀 잘못했다고 몰매를 때리면 아이들은 더 삐뚤어지고, 나쁜 생각을 하고, 결국 목숨을 끊는 지경에 이르는 것 같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끝까지 이렇게 ‘예쁘게 사는 가족’을 꾸리고 싶다. 이번 생을 100이라고 두면, 나는 70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꿈과 희망을 일정부분 이뤘고, 자식도 키웠다. 남은 30은 아이들 시집보내고 그 아이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지 싶다.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가 아닐까?(웃음)”

인터뷰: 김도윤
에디터: 정혜원
포토그래퍼: 차케이
의상: 3 Paradis, Needles, Vague, 라프시몬스, 앤더슨벨, 베르사체, 알렉산더 맥퀸, 발렌티노, 마르니, 논메인스트리머, 자라, 코스
주얼리: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이웨어: 제리캔디자인
슈즈: 발렌시아가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헤어: 코코미카 우천용 원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영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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