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너와 나의 피치블라썸, 빅원

2019-12-13 14:33:26

[오은선 기자] 무대 위와 아래가 다른 아티스트들이 있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뮤지션이라면, 무대 아래에서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밝은 소년이기도 하다. 에디터가 바라본 빅원이 그랬다.

그는 ‘빅원’을 모르는 사람도 무대를 보고 나면 순식간에 빠져들 정도로 매력적인 무대를 선보이곤 한다. 그의 무대를 접하면 저절로 저 래퍼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게 될 지도 모른다. 무대 위에서 다양한 제스처와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한 모션을 보고 마음을 사로잡히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뚝뚝 떨어지는 빅원의 매력에 홀리게 되는 것.

하지만 화보 촬영장에서 만난 빅원은 순수한 소년 그 자체였다. 유년시절부터 남들 앞에서 본인의 끼를 발산하는 것을 즐겼다던 소년 빅원은 어쩌면 그의 1집 앨범명 ‘peach blossom’, 화려한 복숭아꽃 그 자체였다. 가만히 있어도 화려한 컬러와 향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꽃 같은 사람.

Q. 화보 촬영 소감

“재미있었다. 느낌대로 포즈를 취했다. 콘셉트, 착장 다 좋았다”

Q.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은

“자연스러운 옷이 좋다. 패션의 답은 나와 맞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 삶과 맞닿아 있고, 내 상황에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이 가장 멋있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Q. 근황

“집에만 있다. 작업도 하고 쉬기도 하고. 쉴때는 넷플릭스에서 외국 드라마를 보곤 한다. 최근에 본 작품? ‘종이의 집’”

Q. 빅원의 유년시절은 어땠을까

“남들과 비슷하다. 굳이 다른 점이 있었다면 ‘나대는’ 것을 좋아했다. 여섯 살 때부터 스무 살 때까지 한 해도 빠짐 없이 장기자랑을 나갔다(웃음). 잘 하지 못해도 나서는 편이었다. 사람들 앞에 서 나를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그 외에는 똑같다. 평범했다”

Q. 춤과 노래를 좋아했나 보다

“어렸을 적 사촌누나가 H.O.T.를 정말 좋아했다. 옆에서 같이 보면서 춤도 따라 하고, 노래도 따라 부르고 자연스럽게 춤과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학창시절 늘 이어폰을 꼽고 다니는 애였다. 뮤지션이 꿈이었다”

“힙합을 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게 있진 않다. 평소 힙합 춤을 좋아하고, 잘했다. 이제 춤 추는 일을 그만하고 부산에 내려가려고 했는데, VMC형들이 이렇게 포기하기 아깝다고 하더라. 같이 음악을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그래, 해보지 뭐’ 하고 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 내가 춤을 처음 췄을 때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Q. 그렇게 VMC를 들어가게 된 것인지

“맞다. 그리고 원래 크루였다. 앞서 말했듯이 그때 나는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춤만 출 때다. 그래도 워낙 힙합 음악을 좋아하니까 혼자 가사도 써보곤 했다. 그 모습을 본 형들이 나를 놀리고 싶어서 랩을 해보라고 하더라. 그 때 진지하게 랩을 보여준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기성 음악을 할 줄 알았다면서 놀랐다고 하더라. 직접 쓴 가사로 진지하게 하니 형들도 진지하게 들었고, 계속 다른 곡을 추가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Q. 그 때 만든 음악은 발매 예정이 없나

“없다. 낼 수 없다. 큰일난다(웃음). 작품이라고 하기도 뭐하다”

Q. 노래에서는 사투리가 잘 느껴지지 않는데 실제 말투에서는 제법 묻어 나온다

“어떤 사람은 노래에서도 들린다고 하더라. 노래할 때 사투리가 나오나?(웃음). 따로 의도하진 않는다”

Q. 5월에 발매한 'peach blossom'의 완성도에 만족하는지

“만족한다고 하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최선을 다 한 앨범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낸 직후에는 정말 아쉬웠다. 2,3달이 지난 뒤에 들어보니 오히려 그때 만족하게 되더라. ‘내가 이런 곡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내 곡에 내가 위안을 받기도 한다. 이런 곡이 몇 개가 있다. 먼저 ‘blossom’이라는 트랙. 내 노래인데도 정말 많이 듣는다. 그리고 ‘sunshine’. 가끔은 ‘와 이걸 내가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생각도 들더라(웃음)”

Q. ‘too much’는 페노메코가 피처링하고 그레이가 프로듀싱했다.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편인가

“페노메코는 원래 친구다. 그레이 형은 잘 모르는 사이었다. 앨범이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보니 타이틀곡을 고를 수가 없더라. 누구나가 타이틀곡이라고 여길만한 곡이 필요했다. 그때 반 오기로 ‘타이틀 곡 만들어 볼게’라고 했다. 그리고 그레이 형에게 연락을 했다. “형이랑 작업하고 싶다. 형 비트가 필요한데, 들려주실 수 있냐”고 했더니 일단 오라고 하시더라. 놀러 가서 앨범 들려드리고, 타이틀곡 필요하다고 했더니 다섯 시간 뒤에 전화가 왔다. 딱 내가 원하던 비트를 주셨다. 그 후 페노메코에게 작업한 곡을 들려줬고, 듣자마자 피처링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정말 고마웠다”


Q. 그레이에게 연락한 이유가 있는지

“필살기니까. 그만한 비트가 없다. 그레이형은 최고다. 짱이에요(웃음)”

Q. 피처링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지

“꼭 필요한 곡이 아니면 피처링을 넣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안 들었다. 메시지를 온전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 가사만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필요에 따라 정하는 것 같다. 이 곡에 어떤 사람의 감성,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그 때 넣는다”


Q. 가사를 쓸 때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그냥 가사가 생각 날 때마다 핸드폰에 쓴다. 시적, 문학적으로 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일차원적으로 쓰는 편이다. 느낌 그대로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꾸밈 없이, 더 세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Q. VMC에서 유일하게 끼를 부리는 래퍼라는 소리가 있던데

“유일하게 끼를 부리지는 않는다(웃음). 넉살 형도 굉장히 많이 한다. 딥플로우 형도 한다.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하는데, 타입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자연스럽게 여심을 사로잡는 것 아닐까?(웃음)”

Q. MBN ‘사인히어’에서 형MBA, 동생MBA 대결이 눈에 띄었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조그마한 공연장에서 돈도 못 받고 공연하고, 그 공연마저도 없어서 음악을 크게 트는 옷 가게 앞에서 버스킹처럼 춤추곤 했다. 그래도 춤을 출 수 있다면 다 좋았다.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게 정말 좋았으니까(웃음). 그러다가 10년쯤 지나고 TV프로그램에 우리 친구들이 다 올라간 거다. 박재범, 쌈디, 그리고 관객들이 다 보고 있는 그 무대에… 감회가 정말 남달랐다”

Q. tvN ‘작업실’은 본인에게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

“사실 하기 전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남녀 섞여서 같이 살아야 하니까. 다시는 경험하기 힘든 나날이었던 것 같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소중한 추억을 쌓고 온 느낌”

Q. 차희와 현실 남매 같은 케미를 보여준 적이 있다. 평소에도 이성친구들과 털털하게 지내는 편인가

“이성친구가 별로 없다. 환경이 좀 그래서 그런가(웃음)”

Q. 방송 중에 ‘츤데레’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실제 연애 방식은

“표현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잘 하지는 못하는데, 많이 하려고 한다. 그래서 더 츤츤대는 것 같이 보이는 게 아닐까”

Q. 이상형

“애교 많은 사람에게 끌리더라. 애교를 당하는 게 행복하다. 아이즈원에 야부키나코?(웃음). 그리고 첫사랑 이미지를 좋아한다. 정채연씨, 임현주씨(웃음)”

Q.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면

“들어오면 다 한다(웃음). 그런데 좀 꾸며야 하는 프로그램은 부자연스럽고 예쁘지가 않더라. 생활예능이 좋다.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리얼 프로그램이 좋다. 그런데 들어오면 다 한다(웃음)”

Q. 롤모델

“롤모델은 없다. 예전에 마이클잭슨, 어셔, 크리슨 브라운, 저스틴 팀버레이크 이런 스타 뮤지션을 정말 좋아했다. 스타가 되고 싶다(웃음)”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제일 먼저다. 그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가장 먼저다. 내 삶에 더 맞닿아있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가진 감성, 내가 끌리는 감각, 내가 가장 먼저 반응하는 사운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티스트고 뮤지션이니까. 예전에는 트렌드에 맞는 곡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순간 또 다른 단점이 존재하더라. 상황에 맞추기 위해 다른 것을 놓친다거나(웃음). 요즘에는 내가 정말로 와 닿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Q. 빅원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빅원은 피치블라썸이다. 복숭아 꽃이 색이 진하고 향이 세지 않나. 나와 가장 닮았다. 내가 스스로 복숭아꽃이라고 하면 웃긴 것 같지만, 그런 꽃이 되려고 노력한다(웃음)”

에디터: 오은선
포토그래퍼: 김연중
의상: 참스, 아메스, 자라, 라코스테 라이브, 타트라스
슈즈: 엑셀시오르
헤어: 스타일플로어 하은 디자이너
메이크업: 스타일플로어 은정 실장
장소: 을지로 소규모 와인바, 을지로 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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