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스타일링

바지핏 개론 제0장. 다양한 바지 스타일 변천사

2014-06-27 14:03:26

[신현정 기자] 최초로 바지를 입은 여성 코코샤넬. 그 당시 여성은 말을 탈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치마를 입어야만 했다. 하지만 사회적 관념에 반기를 들고 발상의 전환을 꾀했던 코코샤넬에게 여성이 바지를 입는 일은 파격이 아닌 일상처럼 여겨졌다. 시대의 흐름을 선도했던 그는 패션계를 넘어 사회문화계의 전설이 됐다.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바지를 일상적으로 즐겨 입지만 불과 한 세기 전 코코샤넬의 바지에 의해 여성들의 정체성은 새롭게 정립됐던 셈이다. 치마를 벗어던지고 바지를 입어 활동성을 갖추고 활발한 사회진출을 꿈꾸게 된 것. 그만큼 복식은 사람의 사고를 지배했고 또 바지는 사고의 전환에 중요한 변곡점을 찍었다.

바지의 의미를 생각하면 바지핏이 변모하는 과정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바지 스타일 변천사를 놓고 단순히 돌고 도는 유행의 사이클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 속에도 역시 크고 작은 의미는 있을 터다.

# 스키니팬츠, 여성성과 활동성을 모두 잡는다


2000년대부터 바지핏의 변천사를 논할 때 집중 탐구되어야 할 대상은 바로 스키니팬츠다. 초반부터 서서히 스키니팬츠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2006년을 기점으로 누구라도 가져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14년 현재 여전히 스키니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쉽게 코디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스키니진은 피부와 같은 밀착감을 가진 청바지란 의미로 매끄러운 다리 라인을 드러낸다. 스키니진이 트렌드로 떠오르기 이전 인기를 모았던 힙합바지는 헐렁하고 남성적인 느낌을 풍겼다. 이에 익숙했던 대중들은 몸에 꼭 끼는 스키니 스타일의 등장에 거부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의 라인을 섹시하게 드러내면서도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식은 달라졌다. 루즈한 재킷과 셔츠를 매치해 포멀한 룩을 연출하기도 티셔츠와 함께 스포티한 룩을 선보일 수도 있다.

즉 여성들은 스키니로 인해 천편일률적인 정장 치마 혹은 트레이닝 수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성성과 함께 활동성 역시 갖추게끔 하는 이중성이 스키니를 패션 업계의 스테디셀러로 만든 비결이었던 셈이다.

# 와이드팬츠, 우아함과 매니시함 사이


물론 스키니의 인기를 위협하는 트렌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키니 스타일에 반기를 들고 나선 와이드팬츠. 폭이 넒은 와이드팬츠의 부상은 스키니 스타일을 위해 매끄러운 다리라인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시켜줄 탈출구였을 것이다. 또 스키니 팬츠가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와이드팬츠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스키니 천하의 문화에서 와이드팬츠가 주목받을 수 있도록 선도한 연예인은 김민희다. 동료 배우의 결혼식장에서부터 3월 영화 ‘몬스터’ 시사회, 그리고 출연작 ‘우는 남자’ 시사회까지 언론에 노출되는 자리에서 배우 김민희의 선택은 언제나 와이드팬츠였다. 그녀의 스타일은 스키니로 인해 펑퍼짐한 바지를 촌스럽게 여기던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키니가 시공의 경계를 넘나든다면 와이드팬츠는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이 있다. 여성들이 와이드 팬츠를 입고 펄럭이면 스커트처럼 우아함을 드러낼 수도 또는 날 선 정장바지처럼 매니시함을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묘한 성의 경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의 열망으로 인해 와이드팬츠는 패션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며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들이 와이드팬츠를 선택하는 일은 제한적이다. 와이드팬츠를 맵시 있게 입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찔한 하이힐을 동반해야 한다. 바지의 품에서는 자유롭지만 하이힐로 인해 활동성은 크게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 슬랙스, 스키니의 자리를 대신한다


그럼에도 와이드팬츠는 바지핏이 변모하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바지핏의 흐름에서 급부상한 슬랙스는 와이드팬츠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슬랙스가 스키니의 대항마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슬랙스는 스키니의 아성을 무너뜨릴만한 강자로 떠올랐다. 슬랙스는 ‘느슨하다’는 뜻의 형용사인 슬랙에서 따온 명칭이다. 이 점에서 알 수 있듯 무엇보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바지를 통칭한다.

슬랙스는 헐렁한 바지를 기본 틀로 삼으며 슬림, 스트레이트, 배기 등으로 파생됐다. 그 중에서도 9부 스트레이트 슬랙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연출의 다양성은 스키니 팬츠만큼 스펙트럼이 넓고 편안함은 와이드팬츠만큼 확보할 수 있다. 이제 여성들은 직장과 야외를 향할 때 모두 슬랙스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 바지와 신발은 한 쌍!

이렇듯 바지핏과 여성들의 일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왔다. 다만 여기서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영향의 조건에서 신발도 한 몫을 차지했다는 것. 바지와 신발은 언제나 한 쌍을 이뤘다.

먼저 스키니가 여성성과 활동성을 겸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플랫폼힐, 플랫, 운동화 등과 매치할 때 혹은 펌프스, 스틸레토힐과 매치할 때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신발과의 조합이 스키니 팬츠의 정체성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이드 팬츠는 펌프스힐, 스틸레토힐과 단짝을 이룬다. 단 와이드 팬츠와 신발의 까다로운 연출법으로 인해 결국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부상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터. 와이드 팬츠는 라인을 신경 써야 하는 스키니의 불편함으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키고자 했지만 하이힐의 불편함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01 베카치노 샌들 Beccaccino 84142 N-039 오렌지누박 12cm 02 탠디 펌프스 TANDY M2038W-267 CK-133 9cm 03 베카치노 슬립온 BECCACCINO 85246K-006 LA-151 1cm 04 탠디 샌들 TANDY 91218 CA-103 9cm 05 탠디 토오픈 TANDY 72143CK-101 W-267 9.5cm

슬랙스는 런닝화나 단화 로퍼와 매치하면 멋스러운 믹스매치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출근 시 포멀한 구두가 아닌 런닝화를 신어도 얼마든지 세미정장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슬랙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성이 힐에서 내려와도 ‘여성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아닐까.

시간의 흐름에 따른 바지핏과 신발의 변천, 그 영향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진출처: 탠디,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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